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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과 훌] 미·북 정상회담 성패, 비핵화 진전된 결과가 핵심
등록날짜 [ 2018년06월13일 15시11분 ]

트럼프 “합의 잘 안 되면 걸어나온다”
지연전술 말려드는 것 아니냐 우려도
70년여 대북협상 ‘윈윈’ 경험 없어
세계적 담판 쇼가 되어선 안 돼


반전을 거듭하던 미·북 간 세기의 담판이 글피로 다가왔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북 간 판문점 접촉은 지난 6일로 끝났다.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정상회담 직전까지 비핵화에 대한 사전 협의를 계속하겠지만 결론이 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제시하리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는 없다.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 수준의 원론적 비핵화 의사 표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트럼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어도 2005년 「9·19 공동성명」이나 2012년 오바마 때 「2·29 합의」를 뛰어넘는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트럼프가 회담장에서 나갈 수도 있다. 지난 7일 일본 아베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대북 제재가 전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회담이 잘 안 되면 걸어 나올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강경한 입장으로만 일관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4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정은의 특사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만난 후에는 최대압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일괄타결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프로세스라는 단어는 9번이나 사용하면서 12일 뭔가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해 이를 주장한 볼턴 안보보좌관을 망신스럽게까지 했다. 7일에는 일본 아베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잘되면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또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유화적 발언은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상대를 추켜세우는 데 능숙한 트럼프의 유인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쨌든 일주일에 10시간씩 북핵 문제 과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물리적 한계를 깨달아 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또 트럼프가 북한의 지연전술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린다. 트럼프의 협상 전술 중 하나가 판을 흔들어 혼란스럽게 하고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전문가들도 트럼프의 의중을 읽는 데 혼란을 겪고 있다. 트럼프의 말만 따라가서는 더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정상회담 시간을 싱가포르 시각으로 아침 9시, 미국 동부 시각으로 저녁 9시에 잡아 놓았다. 전 세계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워싱턴과 뉴욕 등 미 동부지역 시청자들에게 황금시간대다. 평소 트럼프의 지론대로 언론을 이용하라는 협상 원칙에 충실한 전략이다. 대단히 무거운 정상회담에 쇼 효과를 가미했다. 리얼리티 쇼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이건 비우호적이건 언론이 자신을 선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재주를 타고났다.

김정은에게도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적인 담판이자 쇼다. 트럼프와 악수하는 순간 은둔과 공포통치의 북한 지도자에서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며 졸지에 세계적인 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의식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을 때 9시간 만에 김정은은 굽히고 들어왔다. 회담 전에 미국이 핵탄두 국외 반출을 요구해도, 트럼프가 자신의 지도자 자리와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자존심 꺾는 말을 해도 김정은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비우면서 쿠데타 위험을 무릅쓰고 싱가포르 호텔비를 못 내는 수모도 감내하고라도 정상회담 길에 오르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필요하다는 절박함을 방증하고 있다.

핵을 내놓지 않으려는 김정은과 핵을 제거해야 하는 트럼프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70년 넘게 계속된 북한과의 온갖 협상 경험은 미국에나 한국에나 북한과의 윈윈(Win-Win)은 없었음을 말해 준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궁지에 몰린 두 지도자의 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교회신문 579호(2018-06-09)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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