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5-11-10 09:29:07 ]
여리고는 이스라엘 자손들로 인하여 성문을 굳게 닫고 출입하는 자가 없었다(수6:1). 두려움에 사로잡힌 성은 스스로를 요새로 만들었다. 이때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보라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붙였으니”(수6:2).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가 선언되었다. 성벽은 여전히 견고했고 적군이 성 안에 거하고 있는데도 하나님은 “붙였으니”라며 완료형으로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 안에서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하나님의 전투 계획은 이러했다. 이스라엘 모든 군사가 성 주위를 매일 한 번씩 6일 동안 돌고, 일곱 제사장이 일곱 양각 나팔을 들고 언약궤 앞에서 행진한다(수6:3~4). 제7일에는 성을 일곱 번 돌고, 제사장이 나팔을 길게 불 때 모든 백성이 큰 소리로 외치면 성벽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수6:5).
이것은 전투 전략이면서 신령한 의식이었다. 군사 중심이 아닌 제사장이 중심이었고, 무기가 아닌 나팔과 언약궤가 핵심이었다. 언약궤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상징했고, 일곱이라는 완전수의 반복은 이 전쟁이 하나님께 온전히 속한 거룩한 전쟁임을 선포했다. 동시에 극도의 공포에 빠진 여리고 거민에게, 매일 반복되는 무언의 행진은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었다. 영적 순종과 전술적 지혜가 하나로 어우러진 완벽한 계획이었다.
“여호수아가 제사장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언약궤를 메고 일곱 제사장은 일곱 양각나팔을 잡고 여호와의 궤 앞에서 행하라”(수6:6).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한 치도 가감 없이 제사장들에게 전달했다. 백성에게도 “성을 돌되 무장한 자들이 여호와의 궤 앞에 행할찌니라”(수6:7)라고 명령했다. 이 즉각적인 순종은 하나님의 방법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더라도, 그분의 지혜는 완전하다는 확신이었다.
성벽이 나팔 소리와 함성으로 무너진다는 약속은 군사 전략가의 통념을 벗어났다. 이는 창과 칼을 넘어선 더 높은 차원의 전쟁이었다. 적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심리전이자,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드리는 거룩한 제사였다. 여호수아는 하나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분의 약속이면 충분했다.
여호수아가 받은 것은 단순한 전투 계획이 아니었다. 가나안 정복 전체를 관통할 영적 원리였다. 승리는 창과 칼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와 백성의 순종에서 온다는 진리였다.
여호수아는 즉각적인 순종으로 신앙의 본을 보였다. 백성도 지도자의 확신에 찬 명령을 듣고 따랐다. 아직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하나님의 약속뿐이었다. 믿음의 행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2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