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칼럼]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등록날짜 [ 2025-11-13 10:32:17 ]

깊어 가는 가을, 산천초목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듯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그 화려한 색채는 한 해의 풍성한 결실을 축하하는 듯 보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스며드는 쌀쌀한 바람은 혹독한 겨울이 문 앞에 와 있음을 알려 줍니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건강을 유념하고, 우리의 삶에도 중요한 전환점과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함을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11월은 특별하고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국가적으로는 수많은 수험생이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을 집약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우리 교회는 11월에 한 해의 사역을 마감하며 새 회계연도를 준비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듯이, 우리 역시 한 해 동안 맡아 온 직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겸손히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6~18)라고 명확히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단지 형통한 일에만 기뻐하라는 뜻이 아니라, 모든 상황과 과정을 하나님 안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발견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한 해를 돌아볼 때 기대대로 되지 않은 일,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이 모든 것마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섭리였음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지나온 시간에 감사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당연한 일상도 하나님의 세심한 은혜

얼마 전, 저는 참으로 예상치 못한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새롭게 단장했다는 소식에 기대를 품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려고 새벽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아 전화했더니, 배정된 차량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말미암아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성수기라 대체 버스도 구할 수 없어 결국 한 시간을 허비한 후, 열 명이 넘는 일행은 근처에서 아침 식사만 하고 출발도 해 보지 못한 채 여행이 무산되는 허탈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환불은 받겠지만,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하니 문득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계획이 산산이 부서지거나,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을 겪을 때만 비로소 ‘감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날의 씁쓸한 경험은 제게 사소하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되새겨 주었습니다. 시내버스가 정시에 도착하는 일, 때가 되면 따뜻한 밥을 먹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함, 대다수가 순조롭게 살아가는 그 모든 일들. 이 모든 것이 실은 하나님의 세밀한 은혜와 보호하심 아래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사도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있느니라”(행17:28) 말씀이 현실임을 체험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하여 잊고 살았던 일상의 축복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매일 베푸시는 은혜이며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날 멈춰 선 버스 덕분에, 저는 잠시 잃어버렸던 일상의 감사를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교회 앞마당은 벌써 다음 달에 있을 성탄절을 앞두고 성탄트리 장식으로 분주합니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덧없이 사라질 계절의 아름다움이지만, 성탄트리에서 반짝일 ‘예수성탄’은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세상에 밝히 알려 줍니다.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세상의 일과는 달리, 우리의 신앙 여정은 어둠을 밝히는 그 빛처럼 결코 끝이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


맡은 직분을 잘 마무리하고 새출발을 준비하는 것, 수능에 임하여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늘 감사를 잊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구절 앞에 놓인 “쉬지 말고 기도하라”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아 매일 기도하며 성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한 축복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복된 소망을 품고 매일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연세가족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924호> 기사입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협력위원
진달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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