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5-11-13 21:35:47 ]
<사진설명> 구로구 궁동9구역 식구들이 구역예배 장소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첫 줄 맨 오른쪽이 조수희 구역장.
구로구 궁동 교구식구들이 모인 1교구 궁동9구역은 50대에서 9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구역식구들이 함께 모여 신앙생활 한다. 각자의 신앙 환경, 건강 상태, 신앙 연조가 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한 해 동안 한 구역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섬겼더니 회계연도를 마무리하는 지금 구역식구 모두가 구역예배를 통해 눈에 띄는 영적 성장을 경험했다. 궁동9구역이 주 안에서 하나 되어 경험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소개하려고 한다.
어르신 구역식구들을 사랑하고 섬기며
“인자가 온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
궁동9구역은 몇 달 전부터 매주 수요일 낮 12시 요한성전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있다. 기도 제목을 나눈 후 1시간 동안 구역식구들 영육간의 문제를 위해 기도한다. 합심기도를 통해 구역식구들이 서로 섬기며 주를 향한 사모함과 믿음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고, 기도하기를 어려워하던 황명환 집사님도 낮 기도모임에 참석해 기도할 영력을 공급받아 큰 은혜를 누리고 있다. 기도하고 성령 충만하자 예배부터 전도에 이르기까지 영력 있게 신앙생활 하고 있다.
올해 아흔 살인 김순 어르신은 30년 동안 다른 종교에 의지하던 지난날을 안타까워하신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두 자녀도 잃으면서 마음이 무너져 있던 어느 날, 예수님을 믿는 막내딸이 “성경 필사를 해 보세요”라고 권했고 그렇게 성경을 읽고 쓰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결국 성경 필사가 복된 계기가 되어서 딸을 따라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믿기로 결신하셨다.
그러나 어르신의 육신은 몹시 약해져 있었고 마음의 시름 역시 깊었다. 신앙생활을 하고 싶지만, 영육 간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후 구역예배 때 어르신에게 손을 얹고 애절하게 기도했더니 이날 성령님께서 강하게 감동하셔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우상숭배 한 지난날을 진실하게 회개하세요”라고 당부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손을 얹고 계속 기도하자 어르신이 애절하게 애통해 하며 회개했다. 과거의 죄를 회개하니 어르신을 옭아매던 죄의 사슬이 풀어졌고,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에 마음 쏟고 계신다.
올해 93세가 되신 이화자 성도님은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답다. 80대 후반에 예수님을 만나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는데, 더 젊은 시절에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성경책을 읽고 싶어도 눈이 침침하고, 교회에서 충성하려 해도 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외출이 쉽지 않으시기에, 금요일 오후에 구역장이 따로 댁으로 찾아가 구역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시간이 어르신께 얼마나 큰 기쁨과 위로가 되는지, 환하게 맞아 주는 표정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예수님의 속죄의 피로 천국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뻐요! 그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리자”고 권하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마음도 평안해 보인다.
백경순 성도님은 딸 내외와 함께 지내고 계신다. 젊은 시절에는 사업도 하신 분인데 지난날의 상흔 탓에 마음이 답답하고 몸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이 심해 여러 번 넘어질 정도였으니, 영과 육이 모두 지쳐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힘겨워하는 구역식구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저 어르신 모습 그대로 사랑하며 다정하게 섬겨 드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역예배 도중 성도님이 답답함을 토로하실 때 옆에 있던 구역식구가 “우리 ‘예수 내 구주’라고 함께 고백해 볼까요?”라고 권했다. 이어 “예수 내 구주!”, “예수 내 구주!”라고 고백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자, 그때 성령님께서 강하게 역사하셔서 오랜 시간 맺혀 있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속죄의 피의 공로를 실제로 만난 것이다.
그날 이후 백 성도님은 예수님을 잘 믿겠다고 눈물로 고백하셨다. 몸과 마음이 여전히 연약한 상황에도 “예수 내 구주! 예수님이 나의 구원!”라고 고백하신다. 이 변화는 예수 복음의 능력에서 온 은혜였다.
구역식구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기도해
나 혼자서 구역식구들의 영혼을 섬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데 올해 구역식구인 김금열(71) 권사님이 우리 구역의 모범이 되어 주셨다. 권사님이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기도하고 전도하고 충성하는 모습을 보면 큰 귀감이 된다.
91세인 한영옥 집사님은 몸이 약해 예배 시간에 앉아 있기 힘들어하신다. 건강 탓에 모든 예배를 집에서 드리지만 구역예배만큼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예배 장소까지 찾아오신다. 젊은 시절 여전도회장으로 다른 이들의 영혼들을 섬기는 데 쓰임받으셔서 지금도 천국 소망을 굳게 붙들고 신앙생활 하고 계신다.
구역식구를 섬기다 보면 주님께서 권면할 말을 때에 맞게 알려 주신다. 어머니의 소천 이후 황명환 집사님이 마음을 붙들기 어려워했다. 오랜 세월 치매로 고생하던 어머니를 돌보면서 쌓인 마음의 고통이, 어머니가 천국에 가시자 몸의 통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못 찾아요. 음식도 먹지 못하고 온몸이 다 아파요”라며 내게 고통을 호소했다.
그때 성령님께서 세밀한 감동을 주셔서 “예수님은 집사님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어 주셨어요. 집사님의 죄를 해결하신 예수님의 피를 붙들고 기도하세요. 예수님만 바라보세요”라고 진심을 다해 당부했다. 그러자 황 집사님도 큰 위로를 받았는지 “구역장님,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감사해요”라며 영적인 기력을 회복했다. 할렐루야!
구역식구들을 섬기다 보면 사람의 겉모습이나 상항만 보고 의도치 않게 판단할 때도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 구역장으로 부르신 이유는 그 영혼을 살리고 천국에 이르게 하기 위함이다. 올해 구역식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섬김임을 깊이 배웠다. 한 해 동안 구역식구들을 섬기게 하시고, 궁동9구역을 사용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정리 박채원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2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