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소프트 파워와 한국이 갈 길

등록날짜 [ 2021-10-13 14:44:26 ]

최근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사로잡으며

대한민국도 ‘소프트파워’ 선진국 등극

국가 위상 높아졌으나 국민 행복도는…

성장보다 성숙 도모하는 국가 이루길 



한 나라의 국력과 영향력을 평가할 때 예전에는 정치, 경제, 군사력 그리고 인구나 영토 같은 외형적 지표를 많이 고려했다. 강대국은 곧잘 부강한 나라 혹은 힘이 센 나라를 뜻했고,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인구와 영토가 작고,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열강에 둘러싸여 있기에 은연중 기가 죽고 우리 스스로 약소국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과 달리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경제 규모 10위에 들어섰고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K방역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올 6월에는 선진국들의 모임 G7 회의에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경제력뿐 아니라 2000년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이 확산하면서 한국은 문화적으로도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찬탄과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미나리>로 한국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예전에는 동남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한국 드라마가 이제 서방에서도 많이 시청하는 인기 콘텐츠가 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83국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BTS는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인 ‘아미(BTS 팬덤 이름)’를 보유해 영국그룹 비틀스를 잇는 세계적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문화콘텐츠 관련 수출액도 2018년에 96억 1,504만 달러, 한화로 약 11조 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경제적 시너지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에 있는 한국식당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으며, 한국어, 한국사, 우리 문화를 배우고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도 점차 늘고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소프트 파워’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하버드대 명예교수 조셉 나이(Joseph Nye)는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이자, 소프트 파워를 가진 미래가 밝은 나라”라고 평했다. 소프트 파워는 한 국가의 문화, 가치, 국제 정책의 3가지를 요소로 해서 작용하는 힘이며,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경쟁력 지표가 되고 있다. 경제, 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소프트 파워는 초연결 사회, 지식정보 사회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다양한 시너지를 동반한다. 마치 리더십에서 위치와 권력을 통해 강제하는 것보다 리더의 매력과 리더십의 대의에 자발적으로 공감할 때 사람들이 더 충성심을 보이는 것과 똑같다. 경제규모와 군사력에 비례해 소프트 파워가 커지는 것은 아닌데,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외형적 지표에서는 강대국이지만 소프트 파워에서는 한참 밀리는 것도 봐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소프트 파워에 조직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소프트 파워에서 세계적 강국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이 그만큼 행복하고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가까우며, 자살률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사회갈등지수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출산율도 낮고, 힐링과 치유라는 말도 많이 회자된다. 


아무리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가 부러워해도 그 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그 나라를 선진국, 소프트 파워 강국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도성장과 물질적 풍요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평안과 행복, 서로에 대한 신뢰다. 이제 우리 내면으로 조금 눈을 돌리면서 성장보다 성숙을 도모할 때다.



위 글은 교회신문 <719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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