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곳에 임재하고 계시다는 거룩한 느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도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과 내가 하나의 공간에서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절대 평안의 상태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때의 순간을 쉽게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7월 29일 있었던 제프 넬슨의 공연은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그런 감동과 평안의 순간을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이순(耳順)을 넘으면서 풍겨져 나오는 내면의 성숙함과 건반을 다루는 기교의 정교함,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끊임없는 영혼의 목마름을 통한 그의 연주는 어느덧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라는 찬송가 곡으로 연주된 오프닝 곡은 여린 소리와 고음의 조화로 제목과도 같은 천지창조의 분위기를 신비스럽고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그리고 ‘거룩하신 하나님(Give Thanks)’ ‘주님과 같이(There is none like you)’ 등은 창세기의 천지창조를 넘어서 구원의 언약을 이루시기 위해 오실 주님을 잔잔히 소개하였으며, 클라이맥스에서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 ‘보혈을 지나', ‘모든 능력과 모든 권세(Above all)’, ‘주의 사랑 노래하리라’, ‘주의 이름 높이며’ 등으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주님을 감동적으로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공연은 창세기의 천지창조에서부터 메시야(주님)를 기다리기까지의 설레임, 그리고 마침내 오신 주님과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는 과정을 마치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잔잔히 전달해 주고 있었다.
또한, 베토벤의 ‘운명’이나 ‘Yesterday’, ‘Sting’ 등의 클래식과 재즈의 절묘한 편곡을 통해 다양한 그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우리들에게 친숙한 몇 곡의 팝송과 영화 음악을 중간 중간에 연주하여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미소를 짓게 하였으며, 그 날 처음으로 우리 교회를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교회라는 딱딱함을 벗게 해주는 여유로움을 전달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이 날의 연주는 그의 진실한 신앙과 기도로 화려함보다는 잔잔함속에 표현된 깊이있는 피아노 연주였다.여린 소리부분에서도 알차고 깊은 톤의 음색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은 한 곡 내에서도 왼손 반주의 여러 가지 변화를 통해서 순간순간 다른 느낌의 연주 형식이 제프 넬슨의 테크닉과 음악성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주의 깊이는 계속 깊어져만 갔고 도입 부문과는 달리 강한 코드 음색과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연주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확실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을 피아노 연주로 승화시켰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 날 즉석에서 이루어진 아프가니스탄과 그 곳에 억류된 형제, 자매를 위한 기도는 넬슨의 음악적인 기교와 영성이 하나가 되는 은혜와 감동의 시간으로 성도들의 뜨거운 기도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리사이틀이 진행되고 있는 두 시간여 동안 우리는 제프 넬슨의 움직임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고, 그가 하나님과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대화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그와 하나님이 나누는 대화에 우리를 초대하고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