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천명의 인근지역주민 세계적인 수준의 서울시향 연주에 감동의박수로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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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서울 시립교향악단이 드리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연세중앙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 지난 1월 17일 저녁 7시에 그 막을 올렸다. 평소 문화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은 구로구 및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클래식 선율에 흠뻑 젖어 문화적 갈증을 말끔히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주 한 시간 전부터 2만여 명이 예루살렘성전을 가득 메웠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4천여 명은 안디옥성전과 소예배실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연주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는 정명훈 지휘자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만큼, 정 지휘자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바 있고 음반을 발매하기도 한 곡인데 이번 연주에서는 그의 기량이 더욱 돋보였다. 세헤라자데는 네 악장으로 구성되고 연주 시간이 약 50분가량으로 클래식 초보자들이 감상하기 쉽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연주 전 오병권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장의 해설과 서울시향의 놀라운 연주력, 정명훈 지휘자의 탁월한 음악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이 곡 특유의 풍부한 색채감과 다양한 음악적 장면들을 2만4천여 관객이 한마음으로 공감하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3년 전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 연주와 비교할 때 서울시향의 소리가 매우 향상됐다. 연주의 정교함은 한 교향악단의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 서울시향의 연주력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가히 어깨를 겨룰 만큼 놀랍게 발전해 있었다. 특히 이날 연주된 세헤라자데는 각 악기의 수준 높은 기교를 요하는 곡인데, 각 파트마다 주어진 과제들을 훌륭히 소화해내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서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과 구성 또한 지휘자와 하나가 되어 감동적인 순간순간을 연출해냈다.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가 된 지 3년, 그 시간 동안 이루어진 정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교감과 신뢰는 듣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더한 감동을 자아내었다. 한편, 이날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악장마다 세헤라자데의 주제를 연주했던 악장 데니스 김으로, 놀라운 기량과 수준 있는 음악성으로 성공적인 연주에 일익을 담당하였다.
연주 후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는 서울시향과 정명훈에 대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이 그대로 묻어나는 진심 어린 마음의 소리로 오래도록 연주장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정 지휘자는 인사말과 함께 “지금 나라가 몹시 힘든 형편이지만, 올해는 더욱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 마음을 전했다.
앙코르로 연세중앙교회 글로리아 성가대와의 할렐루야(헨델의 메시아 중)가 청중들이 기립한 가운데 웅장하게 연주되었다. 3년 전과 견주어 볼 때 역시 놀랍게 성장한 글로리아 성가대는 이날 거장과 함께 세계적인 수준의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동안 박현재(글로리아 성가대 지휘자, 서울대학교 성악과 교수)와 성가대의 땀방울이 결실을 보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또 한 가지 수준급이었던 것은 2만4천여 관객의 감상 매너다. 간혹 악장 사이의 박수가 방해가 될 수도 있었으나 진정한 감동에서 나온 박수였으리라. 시종일관 그 수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간간이 작은 기침 소리를 제외하고는 감상을 방해할 만한 그 어떤 소리나 행위도 있지 않았다는 것은 가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교회 측의 주차 질서를 포함한 세심한 사전준비와 안내위원들의 노련함이 이러한 결과에 큰 보탬이 되었을 터이다.
또한, 이 외에도 음향과 무대가 돋보인 시간이었는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최고의 장비들이 훌륭한 연주를 세밀한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모든 관객에게 같은 감동으로 전달하였으며, 무대 시설 또한 98명의 오케스트라의 규모에 맞게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또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휘 모습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모습을 현장감 있게 비춰주어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연주 후 본 교회 담임목사인 윤석전 목사와 정명훈 지휘자의 진한 포옹에서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존경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으며 연주가 모두 끝난 후의 귀갓길까지 모든 것이 배려된 성공적인 음악회였다.
친구의 초청으로 이번 음악회를 찾았다는 구로5동 주연화(33) 씨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연주, 악기마다의 조화, 정명훈 지휘자의 화려한 손놀림까지 정말 멋있었고, 1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며 연주회의 감동을 전했으며 장소를 제공한 교회에도 감사를 표했다.
의정부에 사는 김경동(39) 씨는 “정명훈 지휘자와 수준 높은 서울시향의 음악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동을 받으며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교회의 규모와 음향시설에도 찬사를 보내며 이런 공연들이 자주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한 서울시와 구로구, 우리은행에 새삼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 이 지역에 클래식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어 고급문화가 확산되는 데에 연세중앙교회가 한 몫을 담당해 내기를 바란다. 이 연주실황은 연세중앙교회 홈페이지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www.yonsei.or.kr).
/ 작곡가 추은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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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지휘자 인터뷰
“음악의 메신저 역할, 보람이 커요”
▲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통해 서울시민에게 서울 시향과 함께 최고의 작품들을 선사하셨습니다.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립니다. 몸은 힘드시지만 지난 3년간 얻은 보람은 크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죠. 우리가 하는 연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찾아가서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음악가들에게 맞는 마음가짐이라고 봐요. 우리 연주자들의 일은 메신저입니다. 자기한테 오라는 것은 메신저가 아니죠. 찾아가서 전하는 것이 메신저의 역할입니다. 그러니까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이러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연주자들한테는 매우 보람된 일입니다.
▲ 2006년 1월에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 이후 3년 만에 연세중앙교회를 찾아주셨는데요, 수만 명의 서울 시민이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연세중앙교회를 찾으신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당시 놀랐었죠. 어떻게 이렇게 많이 모일 수 있을까.(웃음) 한 사람이든지 두 사람이든지 한 마음으로 모인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2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모여 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음악가들에게는 그 이상 기쁜 일이 없지요.
▲ 저희 교회에서는 5000명의 성가대와 오케스트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600명의 성가대원들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전문가로서 하나님 앞에 드리는 교회 성가대와 교회 음악의 발전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고 특별히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악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죠. 저는 외국에서 우리 한국 사람에 대해 설명할 때 꼭 빼놓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란 점입니다. 옛날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탈리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자랑을 했었는데, 연세중앙교회에 600명이나 되는 성가대원이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거예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 오늘 감동적인 연주가 무척 기대되고 가슴이 벅찹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2만여 명의 관객이 오늘 진행되는 연주회에 대해 일찌감치 표 내려받기가 마감될 정도로 큰 기대를 하고 모였는데요, 오늘 연주하실 림스키 곡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굉장히 화려한 오케스트라 곡으로 솔로가 많이 들어가고 특히 바이올린 솔로가 아주 아름다운 곡으로 알려졌죠. 쉽지는 않지만 관객이 굉장히 좋아할 거예요.
위 글은 교회신문 <15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