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국 - 영석이는 나의 거울입니다

등록날짜 [ 2003-12-30 15:12:09 ]



영석이와 만난 지 1년 2개월이 되었습니다. 정신지체와 자폐를 가지고 있는 영석이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아이입니다. 영석이가 처음 참사랑부 예배에 참석했을 때 제가 바로 영석이의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영석이의 첫 예배는 “내가 너의 선생님이야. 지금은 예배 시간이야,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기도하자.” 는 저와의 인사를 시작으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다음주에 온 영석이는 지난 첫 만남의 성공을 기억하며 반갑게 맞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교회에 왔으니까 기도해야지, 선생님처럼 무릎을 꿇고 손 모으고 기도하자.”
그러나 영석이는 30초도 안 되어서 다리를 풀고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겨우 겨우 기도를 마치고 찬양에 맞춰 율동을 따라하던 영석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몸까지 데굴데굴 구릅니다. 영석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나로서는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 당황했습니다. 계속되는 영석이의 울음이 예배를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선생님이 와서 영석이를 뒷자리로 데리고 가더니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혼이 난 영석이가 더욱 세게 울었습니다. 내가 담당하는 학생이 다른 선생님에게 야단맞고 나서 우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 나도 눈물이 났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영석이는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마, 울지마”합니다. 그 모습에 더욱 눈물이 났습니다.

그 후로도 영석이는 예배 중간중간 이유없이 짜증을 내곤했습니다. 갑자기 까르르 웃기도 하고, 또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며 울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영석이가 짜증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속이 답답하기 때문일 텐데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이유를 알고 이해하고,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영석이의 감정기복이 없게 하시고, 그 마음에 평안함을 주세요.”

올해 11살이지만 영석이는 말로써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웃음이나 울음 등으로 나타내는가 봅니다. 그런데 그런 영석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원인을 찾는 것이 교사인 저에게는 아직도 큰 어려움입니다. 영석이가 차츰 예배에 적응을 하게 되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영석이가 교회에 다니면서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영석이가 교회가는 것을 너무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주일 아침에 늦잠자는 영석이에게 “교회가자” 하면 벌떡 일어나서 준비하고, 감기가 심하거나 비가 많이 와서 어머니가 교회에 보내기를 꺼려하면 영석이가 교회에 가야한다고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보내기도 한답니다. 영석이에게 “교회가서 어떻게 기도했니?” 하고 물으면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고 기도한답니다. 영석이는 간식시간이 제일 좋았던가 봅니다.

저는 영석이의 발표력이나 사고 전환을 위해서 율동을 시키고 싶은데 영석이가 율동을 싫어해서 저와 실랑이가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가끔씩 하나님 앞에서 찬양하기 싫어하고, 예배 드리기 싫어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예배 드리는 것이 싫을 때면 내가 ‘영석이 곁에서 영석이의 예배를 돕듯이 예수님께서도 지금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시겠지’하는 생각에 웃으면서 일부러 기운을 내어 더욱 힘있게 찬양하고 예배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영석이와 참사랑부 학생들을 보며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아서 전혀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그 모습들이 바로 내 모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바로 내 거울입니다. 그래서 참사랑부 교사의 직분이 내게는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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