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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구역’의 구역식구들에게는 금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직장 퇴근 후 구역예배로 모여도, 바로 이어지는 철야예배 때문에 교제할 시간은 많이 부족하다. 10교구 1지역 16구역(구역장 박순복 집사)은 우리 교회에 정착한 지 3년 미만의 새신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온전한 주일성수와 구역예배는 물론 금요철예배까지 드리고, 매주 1회씩 기도모임을 가지면서도 구역예배 드리는 것이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공통점 때문에 가까워졌어요
10교구 1지역 16구역(구역장 박순복 집사)은 전부 자녀를 둔 직장인들이다. 특별히 7명의 구역식구 중 구역장을 포함한 절반 이상이 우리 교회 정착이 ‘늦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박순복 구역장은 1992년에 노량진 성전 시절 남편인 김동원 형제의 전도로 청년시절에 우리 교회에 등록했지만 좀처럼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4~5년 만에 방언은사를 받았으니 가히 ‘늦되다’고 할 만하다. 직분도 늦되어 3년 전 사모함 끝에 집사, 구역장, 성가대 그룹장 등을 한꺼번에 받았을 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늦된 것이 다 자신의 부족함이라며 순박하게 웃음 짓는 박순복 집사는 자신의 그런 늦된 신앙경력이 지금은 구역식구들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 교회 2년차인 이윤미 성도는 예전의 교회와는 사뭇 다른 예배분위기에 쉽게 정착을 못하던 때에 박구역장을 만났다. 박민경 성도도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일인다역으로 봉사한 신앙경력이 있지만, 이사하면서 직장에서 만난 김경배 안수집사의 소개로 우리교회에 왔으나 좀처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을 만나지 못해 교회 정착에 어려움이 있었다.
박상희 성도도 3년 전 시어머니 성화에 오류동으로 이사하면서 교회에 처음 나왔다. 처음 일 년 동안은 목사님 설교가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목사님이 참 정직하신 분이구나’하는 마음 때문에 다른 교회로 옮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한다. 이들의 마음 문을 연 것은 바로 박순복 구역장의 ‘늦된’ 신앙경륜 덕이며, 또한 구역식구들과의 공감대를 찾아 꾸준히 친언니같이 섬겨준 순박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윤미 성도는 박 구역장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내 속에선 끝없이 갈급함을 느끼면서도 교회엔 정착이 안 되는 답답한 상황이었을 때 구역장님을 만났는데, 예전 교회와 다른 점에 대해 불평하며 불만을 털어놓을 때도 저의 말에 공감해주며 친언니처럼 인격적으로 대해주니까 구역장님이 제 마음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구역예배에도 참여하게 됐고요.”
박민경 성도는 올해 2년째 박순복 구역장과 한 구역이다. “큰 교회라서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박순복 구역장이 때론 직장으로 맛있는 것도 사다주고, 기도도 많이 해주고, 그런 살뜰하게 챙겨주는 섬김 때문에 마음 문을 열고 한 구역식구가 됐어요.”
박상희 성도도 “교회에 다니면서도 의심이 참으로 많았어요. 울면서 기도하는 걸 봐도, 방언으로 기도하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기만 했고요. 그런데 구역장님이 저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면서 제 말을 받아주고 저를 이끌어주려고 하는 진심이 느껴지니까 ‘아, 이 사람은 믿어도 되겠다. 내가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라며 교회등록 3년 만에 구역예배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포장하지 않은 순박함으로 친언니처럼 매사에 관심을 갖고 살갑게 챙겨주는 박 구역장에게 마음을 무장해제해 버린 구역식구들. 이제 구역예배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사소한 일상을 나누게 됐고 그런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하게 됐다. 아이들도 구역예배로 모이는 것이 즐거운지 어떨 땐 피곤해 구역예배에 빠지고 싶다가도 구역예배에 어서 가자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피곤을 무릅쓰고 구역예배드릴 집으로 발걸음을 뗀 적도 있다고.
기도는 구역예배의 활력소
매주 월요일 밤 9시에 교회에 모여 30~40분씩 기도하자고 김미경 집사가 제안하자 구역식구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여 지난 3월부터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그러자 구역식구들의 신앙생활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기도원에서나 할 수 있는 기도를 우리 교회는 예배 때마다 언제나 하고 있더라구요. 저도 구역식구들과 함께 한 주에 한 번씩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면서 몸이 많이 건강해졌어요.”(박민경 성도)
“예전엔 다른 사람들이 기도하는 소리 때문에 기도를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 사람들은 왜 울까 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구경만 했죠. 그런데 이제는 제가 기도하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요.”(박상희 성도)
벌써 6개월째 이어진 기도모임은 이번 ‘2009 장년부하계성회’때 큰 힘을 발휘했다. 박상희 성도가 등록 3년 만에 처음 하계성회에 참석해서 성령을 체험하고 방언은사를 받은 것이다.
“예전엔 시어머님이 목사님 설교가 다 내 말 같다고 하는 말을 이해 못했는데, 이젠 이해가 돼요. 날마다 죄를 회개하고 세상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되니 하나님께서 날마다 부어주시는 기쁨이 넘쳐요.”
성가대 알토 그룹장이기도 한 박 구역장은 요즘 성가대에 가는 발걸음이 한층 날아갈 듯 가볍다. 박민경, 박상희 두 구역식구를 성가대로 전도(?)했기 때문이다. 구역식구들이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자신들의 영혼의 행복을 누릴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만 하다.
새신자들을 향한 섬김, 공감대 형성, 가르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면서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박 구역장의 겸손하고 친언니 같은 섬김이 새신자들의 정착이 잘 되는 비결인가 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날마다 우리를 향해 간절히 바라시는 목회자의 심정과 주님의 심정이 아닐까.
위 글은 교회신문 <1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