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9-06 20:05:08 ]
아내 따라 아이들 따라 교회에 다닌 지 12년째. 교회를 오래 다녔지만 내 믿음은 커질 줄 몰랐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을 계기로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남이지만 오래 전부터 편찮으신 부모님을 도맡아 살피고 모시었다. 어머니는 아프실 때마다 병원에 다니시고 간호받으시느라 우리 집에 자주 오시곤 했다. 부모님과 자녀들을 부양하려니 어깨가 늘 무거웠다.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마음은 더욱 심란했다. 큰 믿음은 없었지만 답답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어 마당 앞에 서서 기도했다.
‘주님,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 진행하려는 일이 있는데 과연 잘 될까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때 가슴 속에 바람이 거세게 밀려들어 오는 것처럼 주님의 음성이 귓가를 강타했다.
‘집을 새로 짓거라!’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진귀한 체험에 깜짝 놀랐다. 삶이 워낙 고단해 주님을 간절히 찾았더니 실제로 음성을 들려주시다니! 더군다나 고민만 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직접 알려 주신 것이었다.
아홉 세대가 사는 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집이 노후해 외풍이 거셌다. 찬바람 탓에 어머니 건강이 편찮으실까 늘 염려하던 차였다. 어머니를 위해 집을 새로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님의 음성에 힘입어 조합장을 맡아 재건축에 돌입했다. 하지만 다른 세대주들의 동의를 얻어 일을 진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주님이 주신 감동을 믿고 계속 추진했다. 본업인 식당 운영을 마친 후 남은 시간에 조합 일을 하면서 드디어 2년 만에 집을 새로 지었다. 깨끗하게 지어진 집을 보자 무척 뿌듯했다. 그동안 밤새 열심히 뛴 보람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 삼아 조합 일에 뛰어들었다. 일이 잘 풀려 동네에서 큰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개발법이 바뀌고 관련 건축 법규가 개정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항상 일이 엎어졌다.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는 것일까. 왜 마지막에 항상 막히는 것일까.’ 좌절하고 낙심했다. 술을 친구 삼아 시름을 달래던 중, 남전도회장께서 만나자며 연락하셨다. 회장님은 교회에서 열리는 이번 2022년 하계성회에 꼭 참가할 것을 권면하셨고, 언제나 그랬듯 별 거부감 없이, 그렇다고 큰 사모함도 없이 권면을 따랐다.
예수 만나고 새로 태어난 하계성회
늘 예배당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시간만 보내고 왔던 예배 시간. 그런데 이번 하계성회는 달랐다. 첫째 날, 둘째 날 성회 날짜가 지나갈수록 담임목사님을 통해 들려지는 설교 말씀이 점점 강렬하게 들리더니, 결국 성회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날 선 검처럼 내 심령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그동안의 영적인 무지와 죄악들을 깨뜨렸다. 설교 말씀을 듣고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 오만했었다는 것을. 통성기도를 하는 시간, 기도를 시작했는데 난생처음으로 뜨거운 회개의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늘 사람과 모든 일에 진실하고자 ‘진실로 진실로’를 인생 슬로건으로 걸고 살았다. 하지만 교만하게도 주님 말씀에서 따온 번지르르한 말이었을 뿐, 실제로는 주님 앞에 그렇게 진실함으로 살지 못했다. 인간적인 섬김에는 거리낌 없이 순종해서 우리 교회에서 ‘한마음잔치’가 열릴 때면 식사 메뉴로 자장면을 가져와 섬기고, 직분자들이 심방하자고 하면 흔쾌히 응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 주님을 향한 영적인 순종은 없었다.
성회 기간 진실하게 기도하면서 주님이 개입하지 않고는 그 어떤 일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5년 전 재건축으로 새로 지은 집도 내가 고군분투해서 완성한 것 같았으나 뒤돌아보니 모두 주님 은혜였다. 그동안 영적으로 게으르게 살아온 모습도 발견했다. 가족을 부양하는 데는 부지런했지만, 기도하거나 신앙생활 하는 데는 몹시 나태했다. 내 영혼의 때를 위해 하늘나라에 충성이든 기도든 어떤 것도 찾아놓지 못했음을 바로 알았다.
하계성회를 통해 주님을 다시 만나고 나니 삶이 송두리째 변화하고 있다.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생계를 핑계 삼아 참석하지 못하던 삼일(수요)예배·금요예배도 교회에 가고 싶어졌다. 달콤하던 술은 마치 이물질처럼 느껴져 더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술을 억지로 참는 것은 가능해도, 어떻게 하루아침에 술 마실 생각이 사라지고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주님의 은혜이다.
하계성회에서 주신 은혜를 간직하며 이제 믿음의 도약을 하려 한다. 믿음의 가장으로서 집안을 일으키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피 흘려 나를 죄에서 저주에서 사망에서 영원한 지옥 형벌에서 구원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여 충성도 열심히 하리라. 삶의 고단함 속에서 기쁨과 평안을 주시고 영생할 복을 안겨주신 주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6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