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9-19 13:21:51 ]
지금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며
조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과 의지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조직을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여러 유형의 리더십 가운데 특히 교회의 성격과 관련해 우리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에 주목해야 한다.
변혁적 리더십은 구태와 낡은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구성원의 본질을 변화하게 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교회야말로 부름 받은 성도의 모임이고,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 물든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변화야말로 복음의 증거이기에 변혁적 리더십은 교회와 통한다.
성경을 읽으며 우리는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나아가 변화와 개혁의 물결을 주위에 전파해 새로운 부흥을 일군 많은 인물을 본다. 갈릴리 마을에서 고기를 잡던 일자무식 촌사람 시몬은 예수를 만난 후 변화하여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었으며, 교회를 세우는 반석인 베드로로 변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여 씨를 말리려고 열심을 내던 혈기 왕성한 유대 청년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거꾸러진 후 사도바울이 되어 초대교회 확장에 크게 이바지한다. 예수가 십자가 형벌을 받고 부활 승천한 후, 숨죽이고 두려워 떨던 제자들은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다 성령을 받은 후 담대히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 되어 대부분 순교자로 일생을 장렬히 마친다.
어디 신약뿐인가. 아브람은 하나님 명령에 순종해 본토 아비 집을 떠난 후 수많은 모험을 했지만, 결국 축복을 받아 많은 무리의 아비 ‘아브라함’이 된다. 또 겁쟁이에 잔꾀와 욕심이 많아 남을 속이던 야곱은 천사와 씨름한 후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뜻인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호칭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달라지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이렇듯 성경 역사는 끝없는 변화의 역사며, 이 변화가 새로운 역사를 낳고 후세에 영향을 미치는 생생한 사역의 기록이다.
세계적 리더십 이론가 제임스 번스가 1978년 주창한 이론인 변혁적 리더십은 경제활동의 지평이 고부가가치 위주의 창의성 산업으로 재편된 정보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는 사람의 지식과 창의성이 부의 원천이며 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가지 특징으로 변혁적 리더십을 정리하며 그것이 왜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의 제자에게 필요한지 살펴보자.
먼저 변혁적 리더십은 ‘변혁’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듯 리더십에서 사람을 개조하고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이를 통해 각 사람을 리더와 함께 일하는 조력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를 선도하며 자기가 돌보는 사람들을 변화하게 하려면 리더 자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스스로 리더로 성장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려면 리더가 먼저 신뢰를 주고 높은 도덕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혁적 리더는 자신을 스스로 변화하게 함으로써 성원들을 자극하고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자연스러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약 베드로가 수제자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과거 관습과 성정에 매이고 어부로 하던 행동과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하루에 3000명씩 회개하게 하여 초대교회를 세우는 역사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변혁적 리더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변화는 지속적이고 전면적이어야 한다. 큰 집회에서 은혜를 받고 새사람이 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은 변혁적 리더가 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변혁적 리더는 보상이나 거래가 아니라 목표에 대한 높은 기대와 가치를 부여하고 책임감과 의욕을 고취하며 사람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변혁적 리더는 구성원들의 선생이기도 하다. 변혁적 리더십과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것이 ‘거래적 리더십’이다.
거래적 리더십은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보상이나 위협을 통해 그 행동만을 강제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큰 보너스를 약속하면서 부하를 다그치는 영업 팀장을 연상하면 된다. 누구나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거나 이익이 있으면 그것을 얻으려고 행동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생산성과 거리가 멀다. 채찍과 당근을 통해 사람들을 부리는 것은 매니저나 보스가 행사하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하물며 세상 가치나 이해관계를 초월하며 헌신이 절대적인 교회에서 욕망을 자극해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거래적 리더십은 더더욱 부적절하다.
사람을 바꾸려면 수행해야 할 일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게 하고 이것에 매진하겠다는 높은 사명감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두며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전설적 CEO인 잭 윌치는 “내가 리더로서 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 발전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그들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마지막으로 변혁적 리더는 시대의 비전을 읽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이 변화는 조직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발전을 포함하는데 그 목적은 더 장기적이고 고차원적인 목표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거나 주어진 과제만 해결하고 만족하는 것은 진정한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
바울은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복음을 유대인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이방 전체로 전해야 하는 것이 그 시대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일생을 이를 위해 바쳤다. 예루살렘을 넘어 이방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초대교회 목표로 구체화한 사람이 바울이고, 바울을 통해 기독교는 세계적 종교가 될 수 있었다.
변혁적 리더는 이처럼 남이 닦아 놓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앞장서 실현하는 선각자다. 이를 위해 그 시대의 요구와 흐름을 남보다 먼저 읽을 줄 알아야 하며, 과업을 이루는 데 필요한 능력과 의지로 무장해야 한다.
이처럼 리더가 믿음과 존경의 대상이며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동기의식과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변혁적 리더십의 본질이다.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지고 지구촌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고 있는 글로벌 시대는 교회에도 새로운 과제와 변신을 요청한다. 디자인 혁명과 소프트웨어 집약 구조화로 정보화 시대 패러다임을 바꾸어 IT 혁명을 주도한 스티브 잡스처럼 이 시대는 변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리더를 필요로 한다. 세계 선교와 사회 구원의 사명을 지닌 한국교회는 바울처럼 이 시대를 돌파할 능력 있고 선견지명이 있는 준비된 인재를 필요로 한다.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알지 못하고 외면하는 리더와 집단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윤리적, 신앙적 가치와 이상으로 무장한 제자로 키우는 예수와 같은 선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은 적은 이 시대에 변혁적 리더십은 교회에 매우 필요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