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12-22 11:55:50 ]
어떤 핍박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야 할 하나님 말씀
세월이 흘러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믿음 소유해야
예수 믿지 않던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형제들을 엄청나게 핍박하며 살았습니다. 일 년도 아니고 십 년도 아니고 무려 34년간 핍박했습니다. 핍박을 받던 어머니는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셨고 우리 형제들도 교회 간다는 이유로 많이 맞으면서 자랐습니다. 집안이 늘 피 터지는 전쟁터였습니다.
아버지가 핍박하던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왜 주일에 일하지 않느냐, 왜 제사를 지내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아버지는 아침부터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어머니는 어깨뼈가 부러지고 갈빗대가 부러지는 등 상상할 수 없는 핍박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다니던 교회는 주일에 일하지 않도록 가르쳤습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가르치는 목사님 말씀에 순종해 우리 집도 주일에 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동네에서 별종 같은 교회였고 우리 집도 별종 같은 집이었습니다.
어느 가을, 추수를 마치고 곡식을 타작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이 주일에 일하지 않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든 일을 시켜 보려고 동네 사람 모두를 우리 집에 불렀습니다. 그때 우리 집은 우마차도 있고 탈곡기도 있어서 논배미에 쌓아 놓은 곡식을 타작해서 창고에 넣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주일에 일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일 아침에 형들을 시켜서 동네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연락했습니다. 아버지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일할 준비를 하는데 오기로 한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오면 아침을 먹고 일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밥할 생각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날 논배미에는 타작하지 못한 보리와 밀 이백 가마니가 그대로 쌓여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저녁부터 비가 와서 한 해 동안 거름 주고 김매고 추수해서 쌓아 놓은 곡식이 싹 떠내려가고 썩어 버렸습니다. 곡식을 팔아서 농사짓는 데에 들어간 돈을 갚아야 하는데 비에 전부 떠내려갔으므로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도 “저놈의 집구석 예수 믿다가 망한다”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핍박한 정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또 우리 동네에는 시제(時祭)가 있었습니다. 윤씨 가문의 시제가 나이대로, 항렬대로 죽 이어집니다. 아버지가 시제를 담당할 차례가 돌아오면 어머니 때문에 제사 못 지낸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룹니다. 그러다 더 미룰 곳이 없어 마지막에 아버지 차례가 되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다 못해 달랩니다.
“당신은 집에 있지 말고 다른 데 가 있으면 되잖아. 제사는 제수씨들 데려다가 지낼 테니까.”
“안 됩니다. 우리 집을 제사 지내는 데 내줄 수는 없어요. 절대 안 돼요. 안 되고 말고요.”
어머니는 우리 집을 우상숭배 하는 일에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때려도 어머니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시제를 지내겠다는 아버지와 절대로 지낼 수 없다는 어머니가 피 터지게 전쟁할 때면 군내 전체가 그 싸움을 알 정도였습니다.
엄청난 싸움을 벌이던 어느 날, 전쟁의 정도가 극에 달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같이 죽자며 쥐약을 큰 대접 두 개에 담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핍박하려고 성경도 읽었습니다.
“내가 성경을 읽어 보니까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 성경이 진짜 맞으면 너는 쥐약을 먹어도 살 것이고, 나는 죽을 것이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싸움을 구경하려고 우리 집 마당에 전부 모였습니다. 아버지는 허리에 부엌칼을 차고 손에 낫을 들고는 “누구든지 내 곁에 오면 죽여 버린다”라고 말하면서 쥐약 사발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 순간 둘째 형님이 번개처럼 나타나서 쥐약 든 손을 내리치고는 아버지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때야 동네 사람들도 와서 아버지가 든 칼과 낫을 빼앗았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있던 사이, 어머니는 마루 기둥 나무에 기댄 채 그 많은 쥐약을 다 마시고 손으로 대접을 긁어서 손가락까지 쪽 빨아 먹고는 쥐약 그릇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버지 일이 정리된 다음에서야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어머니에게 갔습니다.
“야, 아무개 엄마 이제 죽는구나. 예수 믿다 이놈의 집구석이 망하는구나.”
우리 동네에서 농약 먹은 사람을 보면 배를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가 납니다. 어머니가 먹은 쥐약은 일본에서 들여온 쥐약으로 농약보다 독하고 동네 사람이 다 먹고도 죽을 만한 분량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독한 쥐약을 먹었으니 속이 얼마나 뒤집어졌겠습니까? 그런데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쥐약을 이미 먹은 터라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한참을 앉아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자 동네 사람들은 “이제 죽으러 가나 보다”라고 쑥덕거렸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아버지도, 집안 어른들도, 동네 사람들도 어머니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방문을 열어 보았는데 어머니는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어머니는 죽지 않고 멀쩡했습니다.
그 시대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집안 어른 한 분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쥐약 사발에 혀를 댔다가 그 자리에서 혀가 부르트고 말았습니다. 동네 어른 한 분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혀를 댔다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일이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일어난 일인데 어머니는 2005년에 소천하셨으므로 쥐약을 먹고도 얼마나 오래 사셨습니까? 하나님 말씀대로 무슨 독을 마셔도 해를 입지 않은 것입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찌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7~18).
어머니가 쥐약을 먹고도 죽지 않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님이 진짜로 살아 계시구먼” 하면서 하나님을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어머니에게 “나쁜 년, 못된 년!” 하면서 욕을 했는데 쥐약 사건 이후로는 우리 어머니에게 잘못하면 하나님께 벌 받는다면서 절대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대로 끝까지 산 자에게 “무슨 독을 마셔도 해를 입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이 사건의 증인들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핍박하던 우리 아버지도 결국은 예수 믿고 구원받아 천국에 가셨습니다. 다른 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붙들며 하나님 말씀을 끝까지 지키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승리를 주십니다. <계속>
『기독교 안에 있는 미신의 전통을 타파하라』
윤석전 목사 著 / 연세말씀사
위 글은 교회신문 <41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