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6-26 09:12:26 ]
힘든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이 안 풀릴 때가 있다. 기분 좋지 않은 날이 계속 이어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마귀가 간교하게 속삭인다. ‘지금 같은 마음 상태로 충성은 무슨 충성이야. 주님도 기뻐하지 않으실걸.’ 나중에 찬찬히 돌아보면 기분이 어떻든 이겨내고 주님께 충성해야 함을 깨닫지만, 부정적인 마음이 가득할 때면 찬양대 직분이 버겁게 느껴지고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도 문득문득 찾아오곤 했다.
그날도 한 주간 안 좋은 일이 계속 발생해 어둑어둑한 얼굴로 금요예배 찬양대를 섰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찬양하는 데 힘이 샘솟고, 감사하게도 목소리도 잘 나왔다. 찬양을 마치고 담임목사님을 통해 생명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주님의 십자가 사랑에 큰 위로를 받았다. 순간 마음이 울컥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아 놓고도 왜 내 믿음은 요동하는가’, ‘왜 찬양하는 귀한 직분을 그만두려 했을까’ 후회가 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찬양은 내 곁에 늘 가까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찬양 테이프를 자주 구해다 주셨기에 어릴 때부터 찬양을 많이 듣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에도 찬양 충성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찬양대에 자원하며 어느새 10년 넘게 찬양하는 직분으로 충성하고 있다.
시온찬양대에서 처음 찬양한 날이 생각난다. 우리 교회 찬양대는 찬양할 때 악보를 보지 않기 때문에 곡을 어떻게 다 외울지 걱정했다. 그래서 주중에도 파트별 음원파일을 자주 들으며 노래를 익혔다. 하지만 그렇게 연습해 놓고도 막상 찬양대석에 서자 머릿속이 새카매졌다.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던지 찬양 가사와 음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무척 당황했으나 내 옆에는 든든한 찬양대원들이 있었다.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휘자님의 인도와 오케스트라 악기 소리에 귀 기울여 가며 주님을 겨냥해 찬양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찬양은 ‘성령님 내게 임하소서’(작곡 김기영)라는 곡이다. “성령님 내게 임하여 주소서/보혜사 성령님 강림하사/ 세상 모든 욕망 다 버리고/ 주만 보게 하소서.” 성령 하나님의 임하심을 사모하고 주님만 따르겠다는 가사인데 이 찬양을 연습하고 부르면서 성령님이 내게 오셔서 충만하다면 얼마나 기쁠지 사모하게 됐다. 지금도 성령 충만을 기대하는 사모함을 잊을 수 없다.
시온찬양대에서 충성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지휘자님께서 굉장히 열정적이시다. 연습도 실제 찬양하듯 진행하니 찬양대원들도 지휘에 발맞춰 마음 쏟아 찬양한다. 반주자님도 대원들이 정확한 소리로 찬양하도록 꼼꼼하게 섬겨 주신다. 함께하는 대원들도 항상 하나님을 겨냥해 찬양하니 서로 힘이 된다. 찬양대원들과 함께 찬양하지만, 하나님과 사이에서 일대일로 감사 고백을 올려 드리고 주님 기뻐하실 찬양을 하기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
언제나 찬양하는 사람, 찬양을 쉬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찬양대 충성을 하지 못하지만 얼른 상황이 좋아져 감사와 기쁨의 찬양을 하루 빨리 올려 드리기를 원한다. 할렐루야.
/김도희 기자
정지용(시온찬양대·테너)
위 글은 교회신문 <70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