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4-13 17:32:01 ]
쳐다만 봐도 좋은 우리 아이들
아버지 마음으로 품고 섬길 터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또 있을까? 초등부 ‘주니어글로리아’가 정식 명칭인 우리 반에는 온종일 쳐다봐도 지루하지 않은 아이들 19명이 있다. 여자 17명 남자 2명, 이른 사춘기에 접어든 4~6학년 학생들이다.
아이들은 보통 찬양 연습을 삼일예배 후 오후 9~10시, 금요일에는 7~9시에 한다. 학교와 학원 수업까지 마친 늦은 시간이라 지칠 법도 한데, 잠시라도 틈만 나면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다. 나도 잠시 그들 틈에 끼어 있다 보면 쉴 새 없이 터지는 아이들 웃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 전, 주니어글로리아 단원 중 한 명이 다른 단원을 위해 기도하고 금식까지 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또 지난달에 주니어글로리아는 초등부 전체에서 전도 부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주님께서 그 어린아이들을 사용하셔서 하신 일이지만, 그들을 섬기는 교사로서 뿌듯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올해 초 겨울성경학교 때는 그 어린아이들 앞에서 내가 사뭇 초라해지고 교만을 회개하는 일도 있었다. 성경학교 둘째 날이었다. 아이들과 둥그렇게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기도 제목 한 가지씩 내놓은 다음, 내가 대표로 축복 기도를 했다. “아멘” 하고 진지하게 화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다음 행사를 곧 진행해야 해서 아이들 몇 명은 한꺼번에 뭉뚱그려 기도하고 급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날 일정을 마치고 식사하러 가는데 4학년 여자아이 한 명이 다가와서 내 곁에 서더니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렸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평소 말수도 적은 아이인데 이상했다. 그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왜 아까 제 기도는 안 해주셨어요?” 그것은 그 아이가 처음으로 내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한 말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가며 진심으로 축복 기도해주었어야 했다. 은혜를 사모하는 그 모습에 내가 참으로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영혼을 사랑하고자 교사 직분을 맡았으면서도 때로는 그들에게 형식적으로 대했다는 점을 깨달으며 나의 교만함을 내려놓고 회개했다.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늘 도전받는다. 그들이 털어놓는 진심을 듣다 보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래서 나는 한시라도 더 주님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주님, 아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영혼을 사랑하고 품게 해주세요.”
앞으로 이 마음으로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싶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품고, 또 섬기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