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삶을 통해 가르치는 교육

등록날짜 [ 2011-04-29 16:08:56 ]

훗날 학생들이 기억할 내 모습
영적인 삶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내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사춘기의 절정을 치닫던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오랜 병마와 싸움 끝에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 가정은 몹시 황폐했다. 가족들은 삶의 무게를 감당하려고 각자 동분서주하였고, 나는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혼자 있을 때가 잦았다. 당시 우리 집 근처에는 유흥가가 널려 있었는데 나는 일찍 세상맛을 들인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휩쓸려 다녔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런 나를 붙잡아주셔서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교회는 외로웠던 내게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었고, 험한 세상에서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성(城)이 되어 주었다.

교회학교에서 만난 첫 담임선생님은 할머니처럼 보이는 연세가 지긋한 분이셨다. 그분은 홀로 사셔서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도 틈틈이 우리 반 아이들을 불러 모아 손수 밥을 지어 먹여 주시고 간식도 주시면서 하나님 말씀을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다 자라서도 가끔 그 선생님과 연락할 때마다 선생님이 나와 친구들을 위해 얼마나 간절히 중보 기도해주시는지 느껴진다.
또 한 분 기억에 남는 교회학교 담임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분이다. 그분은 매주 나와 친구들에게 기도와 하나님을 아는 것에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온 마음을 다해 돌봐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다닌 그 교회는 무척 인본주의 성향이 강한 교회였다. 하지만 그 두 분 선생님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학창시절에 나는 이미 성령 체험을 하고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께서 그 두 분 교회학교 선생님을 사용하셔서 나를 세상에서 보호하셨고 지금까지 믿음을 지키게 하셨다는 사실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많은 교회학교 선생님 중 그 두 분만 또렷이 기억날 뿐, 이상하게도 다른 선생님들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이렇듯 지난날의 기억을 되돌아볼 때도, 교사라는 직분은 내게 그 무게감이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 내가 올해 중등부 교사 직분을 맡았다. 요즘 담임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 가끔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말도 잘 안 듣고, 지극히 이기적이며, 무례한 요구를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짜증내고….

그들의 모습은 비단 요즘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다. 과거에 나도 그들처럼 막무가내였으며 지금도 하나님 앞에서 다르지 않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지난날 나를 담임한 두 분 선생님의 삶을 보았고, 지금도 또렷이 그들의 삶을 기억한다. 내가 맡은 학생들은 부모의 삶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교사인 나의 영적인 삶 또한 그들에게 적지 않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앞에 진실한 모습으로 나아가 내게 맡기신 그 영혼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 학생들뿐 아니라 하나님도 나를 기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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