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길 잃은‘혜수’의 어느 하루

등록날짜 [ 2011-05-11 13:58:40 ]

얼마 전, 제가 맡은 소망부 혜수 자매(정신지체)의 어머니는 작정 기도에 참여하시려고 저녁도 드시지 않고 대성전에 앉아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기도를 모두 마치고 성도들이 귀가한 후에도 혜수 어머니가 대성전 8번 출구에서 서성이고 계시기에 “왜 집에 가시지 않느냐”고 여쭤봤더니, 혜수가 기도하는 동안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혜수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편이어서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신상기록이 적힌 목걸이나 명찰도 하지 않은 상태라 더욱 걱정되었습니다. 그날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교사들이 교회 구석구석과 주변 일대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혜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따라 날씨도 얼마나 추운지…. 이곳저곳을 찾다가 교회에 도착해 하나님께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혜수 찾아주세요. 나쁜 사람들 만나지 않게 지켜주세요. 날씨도 추운데 어디서 덜덜 떨고 있지 않도록 따뜻한 곳에 보호해주세요.’

밤 1시가 넘어서야 흩어져 이곳저곳 찾던 교회복지실 교사들이 교회로 모였고, 하나님께 애절한 기도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다음 날은 마침 회사에 가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오류동, 궁동으로 이리저리 혜수를 찾아다녔습니다. 혜수가 어느 골목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교회로 돌아와 혜수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잠시 후 교회복지실 부장께 문자가 왔습니다. 혜수를 부천에서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할렐루야!

보통 지체장애나 자폐를 앓는 친구는 누가 손을 잡아 주거나 함께하지 않으면 앞으로만 곧장 가는 습성이 있는데, 혜수도 교회를 나서면서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곧장 부천까지 걸어간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다음 날 오후쯤에 어느 집에 초인종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했는지 자꾸만 초인종을 누르고 서 있자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먼저 교회로 달려오신 혜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기쁜 마음과 함께 죄송스런 마음에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 그냥 안아 드렸습니다. 혜수 어머니께서도 저를 안아주시며 “하나님께서 찾아주셨습니더…” 하는 말에 “아멘, 아멘”이 절로 나왔습니다.

혜수가 아픈 곳도, 다친 곳도 없이 가족과 교사들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이처럼 자주 길을 잃어 버립니다. 또 이들은 몸 또한 아픈 데가 많습니다. 다리를 저는 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매주 힘든 몸을 이끌고 나와 두 팔 벌려 하나님을 찬양하며 예배드리는 이들을 보면 무어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 깊숙이 만납니다.

올해 소망부 교사를 처음 맡으면서 완악하던 제 마음을 녹이시고 정신지체 장애인을 섬기는 자로 써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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