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6-15 09:24:36 ]
사랑으로 맺은 끈끈한 정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군가 쑥스럽게 인사하며 빠르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누구지?’ 하고 돌아보니 4년 전 우리 반 학생이었다.
귀여운 얼굴에 밝고 씩씩해 보여서 처음 우리 반이 되었을 때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 아이는 예배시간이나 공과시간에 항상 고개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침울해 있어서 오히려 반 아이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공과시간에는 “정말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라며 갑자기 큰 소리로 ‘엉엉’ 우는 것이 아닌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당시에는 그저 ‘보기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회로 올라간 후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지, 괜찮아졌는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듯 안부가 궁금해질 만하면 한 번씩 쑥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 인사만 하고 쌩 하니 지나간다. 고맙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하나님 앞에 기도만 했는데 그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그저 감사밖엔 할 말이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비전을 자주 묻는 편이다. 학생 대부분은 기특하고 감사하게도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할 때에 하나님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쓰임받고 싶고 영광 돌리고 싶은지 돌아보며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용기 내어 수줍게 고백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향한 비전을 고백하듯 말하고 기도를 요청하는 순수함에 반해버리기도 하고 도전도 받는다.
교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세상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인 성경 말씀을 나누는 그 자체가 서로에게 은혜가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놓고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은 문제가 아닌 주님을 만나는 설렘으로 변해 있다.
‘내 문제를 하나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응답해주실까? 어떻게 해결해 주실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얘들아, 하나님께서 우리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응답해주실지, 또 어떻게 해결해 해주실지 기도해볼까?”라고 자신 있게 물으면 학생들 또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네!”라고 대답한다. 질문과 대답 속에 모두 ‘하나님’이라는 공통된 소망이 있기 때문에 서로 자신 있게 묻고 답할 수 있다.
비록 학생들 앞에 부족하고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모습도 많은 교사지만 이렇게 가능성 무한하고 순수한 학생들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은혜를 나눈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