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사랑에 푹 빠져

등록날짜 [ 2011-06-01 12:01:15 ]

맨 처음 맡은 아이들은 초등부 4학년생 아홉 명이었다. 그중 예배를 잘 드리는 아이는 두 명뿐, 나머지는 심심할 때 친구 따라 교회에 놀러 오거나 교회에 행사가 있을 때 선물 받으러 온 아이들이었다. 달랑 두 명만 데리고는 주님을 뵐 염치가 없어서 주일 1부 예배를 드리고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주일에도 부모가 일하러 가고 아이만 있는 집이 많았다. 밥을 챙겨 먹이고 옷을 입히고 어르고 달래서 교회 차에 태웠다. 하나같이 쉽게 따라나서는 녀석이 없었다. 그나마 직장생활 하며 아이 셋을 교회에 데리고 다닌 다년간의 슈퍼맘 경력으로 내 아이 다루듯 하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교회에 데리고 온 아이들은 대부분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마음에 빈자리가 많은 아이들이라 친해지기는 쉽지만 자신들의 속마음은 좀처럼 열지 않는다. 또 워낙 눈치가 빠르다 보니, 무심코 한 말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싶어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늘 “예수님은 너를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셔. 너는 정말 귀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준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말수가 적고, 나와 눈도 잘 마주치려 하지 않는 마치 외로운 섬 같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아이 기도를 하니 뼈저린 아픔이 느껴졌다. 가정방문을 해보니, 아주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 얼굴도 모른 채 아빠와 할머니 그리고 친척들 손에 자랐다고 했다.

그 아이와 친해지려고 토요일마다 집으로 찾아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장난도 쳐봤다. 하지만 계속 무표정이다. 관심을 두고 다가가면 좋아하는 듯하지만 이내 거칠어지고 욕하고 참견하지 말라며 악을 쓴다. 주일에 집에 찾아가보면 미리 친구네 집으로 피신(?) 가고 없다. 길에서 만나면 도망부터 친다.

볼수록 안쓰럽고 불쌍한 그 아이에게 예수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기도만 할 뿐이다. 가끔 내게 웃어주고 친한 척만 해줘도 무척 기쁘고 행복해지는데‘우리 주님도 이러시겠지.’ 이 아이를 통해 주님 마음을 느껴본다.

이렇게 각자 다른 개성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을 만나는 주일은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이렇게 아이들과 사랑에 푹 빠진 나를 보며 ‘어? 언제 내게 이런 주님 심정이 있었지?’ 하며 놀라기도 한다.

‘어린 양을 먹이라’고 하신 주님 명령에 순종했을 뿐인데, 이처럼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을 통해 영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시고, 주님 심정을 알게 하셔서 감사하다. 어느덧 교사라는 직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고 에너지가 됐다.

올해는 중등부 아이들을 맡았다. 초등부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주님께서 내게 “어린양을 먹이라” 맡겨주셨기에 중등부 아이들도 사랑할 힘과 자원을 주시리라.

위 글은 교회신문 <2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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