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더디지만 가치 있는 일

등록날짜 [ 2011-08-16 13:19:33 ]

올해 처음 교사를 한 새내기 교사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을 뒤엎는 일이 일어났다. 4월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초등부 예배를 마친 후, 공과를 하려는데 한 아이가 계속 분위기를 흐리며 방해했다. 결국, 그날 공과는 그 한 아이를 상대하다가 끝나고 말았다. 순간, 무척 화가 났다. 공과 후, 그 아이를 따로 불렀다.

그런데 참 신기했다. 분명히 화가 났고, 만나면 혼내줘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막상 아이를 만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내 말과 감정이 분노와 화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불쌍함과 긍휼이 나타나면서 그 아이 영혼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오히려 그 아이가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았다. 분명히 엄청나게 혼나게 될 것이고, 선생님이 화를 내야 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으니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 정말 교회 나오는 이유가 뭐니? 천국과 지옥은 믿니?” 아이는 솔직하게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 아이의 입에서는 천국과 지옥이 전혀 안 믿어지고, 한 번도 예수님을 경험해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순수하게 예수님을 믿고 체험도 했을 테지만, 교회 밖에서 믿음 없는 아이들과 어울리다 자신이 예수를 믿는지 안 믿는지 가치관이 흔들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도 그럴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그 아이의 입을 통해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면서, 내가 그동안 아이들의 영적 상태를 깊이 보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이 났다. 정작 그 영혼은 예수님을 뜨겁게 체험하지 못하고 몸만 교회에 와서 앉아있는데, 그동안 그가 예배드리는 모습 속에서 지적할 부분을 찾지 못했으니 나 또한 아이의 영적 상태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날 아이의 행동만을 보고 화냈던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다.

그 뒤, 아이들 한 명 한 명 그 영혼을 보게 해달라며 기도했다.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회에 오는 아이들,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고, 천국과 지옥을 무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영혼 상태를 알게 된 후에 아이들을 향한 기도 제목이 바뀌었다.

가뭄에 비 없는 구름이 아무 쓸데없듯, 사랑한다면서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없는 빈 구름뿐인 교사가 아닌, 그들의 메마른 심령을 보고 아파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주님을 만나는 체험을 줄 수 있는, 영혼을 사랑하는 능력을 달라고 구했다.

요즘도 아이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이들의 이름을 놓고 그렇게 기도하고 있기에, 내게 나타내주셨던 주님의 사랑과 능력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경험시켜 주실 것을 믿는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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