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기억에 남은 두 아이

등록날짜 [ 2011-11-08 14:08:03 ]

초등부 교사가 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그중 3년은 신입반 교사로 섬겼다. 내가 맡은 신입반 아이 중에는 부모가 예수를 믿지 않거나, 편부모 혹은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섬기던 아이 중, 가장 기억이 선명한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엄마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와 누나랑 살았다. 학교 앞 전도로 꾸준히 친하게 지내다가 한참 만에 친구랑 같이 교회에 온 아이다. 워낙 산만해서 예배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혼도 많이 났다. 그래도 정이 그리워서인지 꼬박꼬박 교회에 나오고 길을 가다가 만나면 한참을 같이 이야기하거나 주위를 맴돌다 가곤 했다.

신입반에서 등반한 후로는 그전만큼 챙기지 못했다. 당연히 아이도 교회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관심은 멀어져갔다. 어느 날, 그 아이와 늘 함께 다니던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이 죽었어요.”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를 생각하며 한동안 충격에 빠졌던 날들…. 그 아이를 만난 그 많은 세월 동안 왜 구원의 확신을 심어 주지 못했을까. 나는 두려워서 절대로 갈 수 없는 지옥을 왜 전심으로 그 아이에게 전해주지 않았을까. 내가 원망스럽고, 두렵고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나름 아이들을 열심히 심방했고, 최대한 예배에 참석시키려 노력했고, 그래도 안 오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님 심정 없이 그냥저냥 흘러간 내 열심이 한 아이의 영혼을 살리는 데 아무 역할도 못했음에 자책이 됐다.

기억에 선명히 남은 또 한 아이는 명진이다. 중학생인 언니를 따라 등록한 명진이는 말수도 없고 전화도 피하고 공과시간에는 뚱하기만 했다. 요리조리 피하던 명진이를 드디어 만나 한참 얘기했더니, 예상 외로 눈을 반짝거리며 말씀에 관심을 보였다. 그날부터 명진이는 틈만 나면 내게 문자를 보냈다. 정말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실시간 답장을 원했다. 직장에 있을 때도 명진이의 문자는 계속됐다. 추석 성회 예배 중에도 명진이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주님은 제사 음식 조금이라도 싫어하시죠?> 
<선생님, 할머니가 김치만 먹는다고 막~ 뭐라고 하셔요.>

눈물이 핑 돌았다. ‘주님 죄송합니다. 명진이의 믿음을 지켜 주시고, 이 아이를 통해 그 가정이 구원받을 수 있게 붙들어 주세요.’

그 후로도 명진이는 죄짓는 것이 싫지만, 죄의 유혹을 참기 힘들다며 날마다 주일이면 좋겠다고 했다. 명진이는 어린이 예배가 끝난 후에도 저녁예배까지 드리려고 한참을 기다린다. 저녁 늦게 귀가한다고 할머니께 혼나도 웃어넘긴다.

희망에 찬 명진이를 보면서 주님께 기도했다. ‘주님, 명진이의 믿음 보시고 명진이 아버지를 꼭 구원해주세요.’
자격 없고 연약하지만 주님께서는 아이들이 구원받기를 간절히 원하시기에, 나를 써주신다면 내년에도 신입반 교사로 쓰임받고 싶다.


이지영 교사(초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26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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