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기도밖에 없음을 깨달아

등록날짜 [ 2012-04-25 09:09:58 ]

청년 시절에 주일학교 고학생 교사를 오랫동안 한데다 여전도회장 등 우리 교회 여러 기관을 두루 거쳤다. 그래서 ‘주님이 이끄신다면 어딘들 못 가랴!’ 생각하며 중등부 워십 담당 교사를 맡은 것이 지난해부터다.

그런데 순탄할 것이라 예상한 중등부 교사생활은 출발부터 석연치 않았다. 예민한 사춘기인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을 다루기란 몹시도 험난한 일이었다.

주일 예배 시간, 전도사님은 매주 눈물로 설교하시는데도 한쪽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전화기로 게임을 하는 아이들, 모자를 뒤집어쓰고 삼삼오오 숙덕이는 아이들…. 정말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답답했다.
 
또 드세기가 보통이 아닌 아이들만  우리 반에 다 모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 말끝마다 받아치는 아이, 심한 욕설을 하는 아이, 집과 교회와 학교에서 각각 다른 성격을 드러내는 아이, 예배만 오면 자는 아이, 발을 꼬고 항상 째려보는 아이, 계속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까지….

나름대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하는 교사의 마음도 이렇게 답답한데, 이들의 부모는 얼마나 애가 탈지…. 중등부 교사를 맡은 지 한두 달 동안은 교사인 나 자신이 멍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사춘기를 혹독하게 보내고 방황하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를 위해 금식하고 매일 울며 기도하는 학부모가 우리 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도 모른 채 점점 삐뚤어지는 그 아이가 안타까워 매도 때려 보고, 껴안아도 보고, 우리 집으로 데려가 달래보기도 하며 사랑을 표현했다.

전도사님과 다른 교사들은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가서 은혜 받고 오면 좋아지니까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위로해주셨다. 받은 은혜를 잘 유지하게 하면 그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달라질 거라고…. 결국 그 치열한 영적 줄다리기를 마친 지금, 속 썩이던 그 아이는 사랑스러운 학생으로 변했다.

지난해 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반 학생 부모들에게 편지를 했다. 그랬더니 무척 속 썩였던 아이의 어머니가 “딸이 사춘기를 무사히 마치고 많이 변했다”며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정말로 뿌듯하고 하나님께 감사한 순간이었다.

처음엔 내가 왜 교사로 왔을까 후회하며 울며 기도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이곳에서 나를 훈련하시고 영글게 애쓰시는 주님을 생각할 때 감사뿐이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욕설이 없어졌고, 불만불평도 사라졌다.

또 찬양시간에 생동감이 있고 열심히 전도하고 충성하려 한다. 모든 것이 전도사님과 교사들의 피눈물 나는 기도 덕분이다.

세월이 살처럼 빠르게 간다. 혹독한 겨울 추위가 지나고 봄 햇살을 받으며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주님께서 주신 천국 사랑을 받아먹고 자란 예쁜 우리 학생들의 영혼에 화사한 성령의 꽃이 피어오르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교사의 길을 걷는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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