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5-29 10:34:40 ]
청년회에 소속하여 신앙생활 하다가 2년 전 고등부 교사의 추천으로 교사 지원서를 냈다. 아주 큰 사명감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직장생활과 신앙생활을 겨우 병행하며 지내는 시기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사 직분을 맡는다는 것이 큰 부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교구장이신 어머니께서 뜨겁게 영혼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사명의식 없이 교사를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도 의문이었다. 여러 번 망설이던 중 직장 문제로 기도하는데 ‘주님 일에 소홀하면서 기도의 응답을 바라는 것이 옳은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먼저 주님 일을 하면 내 걱정과 문제는 주님께서 해결해 주시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2010년 11월 고등부에 찾아가 교사 지원서를 작성했다.
교사가 되자 고등부 1학년 학생 10명 남짓을 맡았다. ‘맛있는 간식을 사주고 따뜻하게 잘 대해주면 되겠지’라는 육신의 생각으로 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는 태도가 태반이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잘 타이르며 인도하면 되는 직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와 영적으로 소통하길 원했고, 육적으로 잘해주는 것보다 자신의 영혼이 잘되길 바라고 있었지만, 당시 나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 나의 고등부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어려서부터 연세중앙교회에 다녔지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신앙생활을 했다.
고등부 시기에는 교사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나를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했다. 환경 속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커서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벽을 쌓았고 결국, 나는 고등부를 이탈했다. 물론 어머니의 기도로 청년 때 주님을 뜨겁게 만나 상처를 치유받아 지금의 내가 있지만 말이다. 결국 과거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육적인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도로 내게 맡기신 영혼을 섬기겠노라 결심했다.
어느 날은 한 아이와 상담을 했다. 평소 매우 밝고 신앙생활도 잘하는 아이여서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님께서 감동을 주셔서 아이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속에 쌓아둔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나는 안 된다’고 좌절한 아이의 마음이 ‘주님과 함께 라면 된다’는 믿음으로 바뀌었고, 환경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감사로 바뀌었다. 짧지만 진실한 대화를 통해 주님께서 해결해 주신 것이다.
나는 교사로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서로 벽을 하나씩 허물며 다가가고 싶다. 나를 낮추어 섬기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관계가 열리고 대화가 이루어진다. 나보다 어리다고 해서 훈계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내가 더 낮아져 물심양면으로 섬기고 영혼을 보살피는 것이 교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예수님도 지극히 낮은 자리에서 우리를 죽기까지 섬기셨던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을 죽기까지 섬기고 기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9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