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아비의 심정으로

등록날짜 [ 2012-06-12 11:44:39 ]

조급함보다 기다림으로
포기 않는 사랑 하고파

지난해 담임목사님께서 교사가 많이 부족하다며 “지원자 손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말씀이 마치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음성 같았고, 순종하여 중등부 교사로 지원했다.

교사 직분을 감당한 지 아직 채 일 년도 되지 않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 지난 동계성회 때였다. 은혜 받기를 사모하며 기도하던 아이가 있었다. 휴대전화도 나에게 맡기고 성회 시간에 집중하였고 기도시간에는 전심으로 기도하며 은혜를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성회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처음에는 잘하는 듯싶더니 점점 예배 시간에 늦게 오고 이내 전화도 잘 안 받았다. 한 주 두 주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자 나는 염려되어 그 아이에게 집요하게 연락했다. PC방을 샅샅이 뒤지고, 학원에 찾아간 적도 있다.

나는 아이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종종 그 어머니께 문자나 전화를 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금방 예배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악순환일 뿐 이었다.

어느 주일이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내게 “주말이나 특히 주일에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펄쩍 뛰며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그런데 이어진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은 이번에 우리 아이를 처음 만나셨지만 저는 지금까지 참아왔어요.”

그 순간 참으로 부끄러웠다. 어머니와 나의 차이점이 확연히 다가온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 일만 스승이 있으되 참 아비는 많지 않다는 말씀이 꼭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 후로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바뀌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는 것을 조금씩 배워간다. 아직은 길지 않은 교사 생활이지만 이때 기억은 나를 바꾸시려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시간이었다.

교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잘 붙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혼을 내야 하는지, 모르는 척 덮어주고 넘어가야 하는지 그걸 잘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교사 직분을 감당하며 영혼 사랑하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되게 영혼 관리에 힘을 다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부끄러울 뿐이지만, 더딜지라도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고 학생들 때문에 아파하고 학생들 때문에 기뻐하는 그 자체가 큰 가르침이고 은혜라고 생각한다.

채소를 가꾸는 농부와 같은 심정으로 부지런히 영혼을 섬기며 돌보고 싶다. 새벽 일찍 밭에 나가 채소가 잘 자라는지 혹시 잡초가 자라지는 않았는지 항상 밭에 마음이 가 있는 그런 농부의 자세로 교사 직분을 감당하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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