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11-20 13:29:42 ]
소망부 교사 직분을 맡은 지 올해로 6년째다. 교사로 충성하며 기억에 남는 학생은 지적장애가 있는 조경식(가명) 형제다. 장애 특성상 감정 기복이 심하고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히 친근감 있는 관계를 형성해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는 듯하다가도 번번이 실패했다.
하루는 주일 오전 예배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경식 형제가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며 예배위원들과 승강이를 벌이기에 담임교사인 내가 데려오려고 했다가 경식 형제에게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들었다. 순간 당황스러워 눈앞이 캄캄했다.
화장실에 가서 옷매무시를 고치는데 처음 맨 넥타이가 길쭉하게 처진 모습을 보니 속상하기도 해서 ‘이 녀석,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혼을 한번 내줄까?’ 하는 혈기도 났다. 하지만 이내 ‘주님, 경식 형제 안에 역사하는 마귀를 몰아내 주시고 제게 주님의 심정으로 영혼 섬길 성령 충만함을 주세요’ 하고 기도하니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경식 형제를 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지만 하루에 두세 차례씩 경식 형제와 전화통화를 한다. 그나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던 습관이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우리 직장동료도 경식 형제를 알고 있다. 경식 형제는 습관적으로 “아~어떻게”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뭘 어떻게야” 하고 응수하곤 하는데, 직장 동료가 옆에서 듣고 ‘어떻게 형제’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업무 중 못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통화내용은 별로 없지만 귀찮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또 기도할 때 집중하지는 못해도 모든 예배 때마다 그리고 매일 저녁 기도 때마다 “기도하러 먼저 간다”라고 전화가 오면 하나님께서 경식 형제 안에서 역사하시는 것을 느낀다. 지금은 난폭한 면도 많이 줄었다. 이렇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나 강단에서 섬김과 충성에 관한 축복의 말씀이 들려올 때마다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복을 깨닫는다.
반면에 예배시간에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산만한 학생들, 전하는 말씀에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무기력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내 모습을 보시고 저렇게 안타까워하실 테지…’ 하고 깨닫고 나를 돌아본다. 그러면 “주님, 용서해주세요, 제게 건강한 육신과 온전한 정신을 주셨는데도 저는 주님 앞에 늘 부족한 모습뿐이에요”라고 회개하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내 능력으로는 우리 지체들을 온전하게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직 우리 삶 가운데 은혜 주시는 하나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이들이 말씀을 듣고 깨달아 주님을 의지하고 영육 간 회복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아이들이 회복하는 그날까지 맡은 직분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31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