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2-13 10:25:33 ]
3년 전, 섬겨 주던 직분자가 권유해서 초등부 교사로 지원했다. 우리 교회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하고 섬김만 받다가 교사 직분을 받으려니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초등부 교사들이 기대하며 환영해 주는 따스한 눈빛에 사랑을 느끼고 자신감도 얻어 힘이 났다.
반 학생들을 처음 만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4학년 남녀 학생들이 호기심 많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내 말을 경청했다. 이렇게 순수한 학생들의 영혼을 맡겨 주신 주님께 감사했고, 학생들의 영혼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교사 경험이 부족해서 늘 허둥지둥 바빴지만, 그런 초임 교사가 안쓰러웠는지 4학년 어린 나이에도 옆에서 늘 도와주려고 하는 학생들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여러 학생 중, 처음 반을 맡았을 때 관리회원이었던 영한, 정한 형제가 기억난다. 영한이 어머님은 집 근처 교회에 다니셨는데, 거리가 멀다고 아이들을 우리 교회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몇 개월 후, 영한이가 오랜만에 주일예배에 나오더니 부천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후 몇 해 동안 두 형제는 예배에 드문드문 나오고, 연락이 잘 안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중보기도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다 동생 정한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심방을 갔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영한이 어머니는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그런데 형인 영한이와 대화하다 보니, 멀리 이사했다고 자기를 데리러 오지 않은 내게 서운한 마음이 쌓여 있었다. 영한이가 내 전화를 잘 받지 않자 거리가 멀어서 교회에 나오기 싫어서 그러는 줄로 오해했었다. 그날 영한이가 한 말을 들으니 주님께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였다. 그 후 영한이는 다시 우리 교회에 나와 예배를 회복했고, 정한이는 퇴원하고 몇 개월 후부터 예배에 나왔다. 이제 중등부에 올라간 영한이는 어머니를 졸라 중.고등부성회에도 참석해 은혜를 많이 받고 와서 성령 충만한 학생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
교사가 된 이후 금요일이면 서서히 긴장한다. 토요일에 아이들을 심방하여 주일 예배에 데리고 와서 은혜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사 직분을 맡기 전에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 없이 헛되이 세월을 보내고 나태했는데, 요즘은 부지런해졌다. 또 많은 사람을 전도하지 못해도 내가 만나는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서라도 영혼 구원을 위해 섬겨야 하는 것을 알았고, 주 안에서 교제도 배웠다.
올해 교사생활 3년째다.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나를 만나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 주고 싶다. 지난해부터 퇴근하는 길에 개웅초등학교 근처에 들러 30분 정도 전도한다. 전도하러 나가는 날마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을 만나고, 전하는 복음에 여러 아이가 예배에 나오고 있다. 죄를 많이 짓지 않아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비신자 가정을 복음화하는 비전을 지니고 전진하고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더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예수 피의 사랑을 줄 자로 만들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박은정 교사
다윗부
위 글은 교회신문 <32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