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자리가 감사한 이유

등록날짜 [ 2014-02-18 11:29:44 ]

아내가 둘째 아이를 업고 유치부 교사로 충성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차량으로 유치부 아이들을 데려오고 바래다주지 않을래요?”라고 권면했다. 남전도회에서 딱히 맡은 직분이 없던 터라 바로 차량 충성을 시작한 것이 벌써 삼 년째에 접어들었다.

차에 타는 아이 대부분은 신입반 아이다. 부모님이 예수를 믿지 않아서 교사가 가서 데려오지 않으면 예배에 오지 못한다. 때로 갑자기 차가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겨 발을 동동 구를 때가 있다. 하지만 주님은 아이들이 예배에 올 수 있게 언제나 차를 예비해 주신다. 처음에는 차량 충성만 하려 했으나 일단 유치부에 발을 들여 놓자 충성할 일이 점점 늘어났다. 지금은 인형극에도 출연해 쓰임받는다. 교사들은 맡은 아이들에게 복음을 심어 주려고 애쓰지만 유아유치부 아이들은 5~7세라 잠시도 집중하기 어렵다. 그런 아이들이 장시간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인형극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꼭 들어야 할 복음을 인형극으로 전한다.

어린 시절, 나도 성탄절에 인형극을 봤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메시지였다. 인형극을 통해 복음을  처음 들은 셈이다. 어릴 때 들은 말씀의 씨앗이 아직도 내 안에 있고,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게 한다. 새삼 인형극으로 아이들 영혼을 섬기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깨닫는다.

부모는 아이가 건강하게 바르게 똑똑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예수 믿는 부모나 믿지 않는 부모나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수 믿는 부모라면 시각이 달라야 한다. 내 아이들을 영혼으로 바라볼 영적인 눈이 열려야 한다.

유아유치부 설교 말씀이 끝나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처음 유아유치부에 지원했을 때는 아이들이 기도할 줄 알까 싶어 한동안 아이들의 기도를 무시했다. “그냥 부모님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아이들을 한 주 두 주 지켜보니 내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진실하게 기도했고, 한 명 한 명 회개했다. 설교 말씀을 듣고 죄를 깨달아 바로 눈물을 쏟으며 기도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히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담임목사님께서 강단에서 회개하라고 목 터지게 외치시는데도 영적으로 무뎌 회개치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이들보다 나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만들어준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내용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신앙생활 잘할 환경을 열어달라고, 또 아이들이 주님을 향해 마음껏 부르짖어 기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나는 오늘도 교사로서 아이들을 섬긴다. 또 아이들이 자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쓰임받게 신앙생활의 기초를 다져준다. 이처럼 교사로서 하나님의 귀한 일꾼들을 길러내는 일에 쓰임받고 있다. 이것이 내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효복 교사
유아유치부

위 글은 교회신문 <37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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