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영적 거장을 기대하며

등록날짜 [ 2013-06-26 09:55:13 ]

열여섯 살 때 흰돌산수양관 중·고등부 성회에 처음 참석했다. 그때 받은 은혜가 참으로 커서 교회로 돌아와서도 저녁마다 뜨겁게 기도하여 비전도 받았다.

10년 후, 감사하게도 주일학교 교사로서 중·고등부 성회에 참석했다. 그때 한 학생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학생은 이틀 내내 말도 안 듣고 나를 피해 도망 다니기만 했다. 당연히 은혜 받을 턱이 없었다.

셋째 날, 뮤지컬이 끝나고 기도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 학생이 눈에 밟혔다. 성회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 아이는 이번에 은혜 받기 어렵겠다고 결론짓고 다른 아이들을 돌보려 했다. 그런데 ‘네가 그러고도 영혼 관리하는 교사니?’ 하는 마음이 들어 머리를 한 대 ‘쾅’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애타는 마음에 그 학생을 끌어안았다. 목사님께서 성회 기간에 하신 말씀과 예수께서 지신 십자가와 흘리신 보혈을 전하며 함께 기도하였다. 학생이 점점 흐느껴 우는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이 어떠하든 그 속에 있는 영혼은 이토록 살고 싶어 하는데 ‘내가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계속 기도하는데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학생이 안고 있는 내게서 빠져나가려고 힘을 주었다. 더 끌어안고 예수 피를 외치고, 악한 영을 예수 이름으로 대적하는 기도를 했다. 학생은 “싫어!” 하며 소리치고, 발버둥치고, 울고, 기침하고, 구역질했다.

기도 시간이 끝나자, 그 아이는 영적 세계가 있다는 사실과 마귀가 자신을 죄짓게 하여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후 1층 앞자리에 앉아서 목사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스스로 기도하더니, 은혜를 듬뿍 받고 돌아갔다. 주님께서는 그 성회에서 진정으로 영혼 사랑하는 교사가 무엇인지 알려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처음 신입반 교사 할 때 맡은 아이들이다.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교사 앞에서 욕도 하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니 사랑으로 섬기려는 마음보다는 마음의 짐으로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님’이 아닌 ‘내’가 아이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교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아이들을 훈계하려 하기보다 친해지려고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아이들은 거친 외양과 달리 사랑스러웠다. 기도하지 않던 아이가 무릎 꿇고 기도할 때, 예배를 함께 드릴 때, 게임 좋아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있는 게임을 삭제하고 공부한다고 할 때, 그 결심이 작심삼일이 된다 할지라도 그런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마냥 예뻤다.

아이들이 맞이할 훗날을 미리 보며 믿음으로 기도한다. 이 아이들이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변화되면 담임목사님과 같이 전 세계를 복음으로 뒤흔드는 예수 전도자가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내게 맡겨 주신 이유를 지금도 하나하나 발견해 간다. 또 아이들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를 보시는 주님을 발견한다.


/전지연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3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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