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비록 이해력은 떨어져도 사랑만은 확실하게 느껴

등록날짜 [ 2013-10-29 10:46:21 ]

2년 전, 기도하며 교회복지실 사랑부에 지원했다. 지적 장애 아이들과 생활해 본 경험이 없던 터라, 사랑부 예배를 드리던 첫날은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사랑부에 적응도 하기 전에, 자폐성향이 있는 덩치 큰 남자아이가 나만 보면 “팬티. 팬티”라고 말하며 만지려 했다. 성장기 남자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성적 호기심을 절제하지 못했다.

그럴 경우에는 단호하게 “안 돼. 그런 말 하지 마. 싫어”라고 말하고, 아이가 저지른 행동이 잘못된 일이라고 정확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상황대처법을 모른 채 덩치 큰 아이를 피해 다니며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어떻게 일 년을 버티지’라는 생각에 후회만 가득했었다.

사랑부에서 신입교사에게 실시하는 장애인 특성 교육을 받았다. 또 나는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모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꼼꼼히 챙겨보았고, 자폐아를 둔 부모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해 그곳에 남긴 글들을 세심하게 챙겨 보았다.

시간이 지나고 사랑부 아이들과 지내며 내 마음속에는 ‘내가 만난 예수를 우리 아이들이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지은 죄를 눈물로 진실하게 회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예수를 만나게 해 줄 수 없다면 이것처럼 비참한 일이 어디 있을까. 길을 걸으면서도 ‘예수님. 우리 아이들을 만나 주세요. 진실하게 회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올해 내가 맡은 아이들은 한글을 잘 읽고 쓴다. 하지만 이해력이 많이 부족하다.

“예수님은 누구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예수님”.

질문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 중에 나온 단어 하나를 찍어서 말한다. 매주 반복하는 질문으로 지금은 “내가 지은 죄 때문에”라고 대답을 곧잘 하는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엉뚱한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강단에서 ‘전 교인 니느웨 금식기도회’를 선포했을 때, 나는 내가 맡은 아이들 가정에서 우상숭배 하는 죄악을 용서해 주시고, 우리 아이들이 회복하게 해 달라는 기도제목을 품고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명절이 지나고 아이에게 제사상에 절을 했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가, 아빠가”라고 대답했다.

통성기도 시간에 아이 등에 손을 얹고, 내 죄를 토해내듯 간절히 회개하며 기도했다. “하나님. 우상숭배 한 죄를 용서해 주세요. 제사상에 절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데 무릎을 꿇은 아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눈물을 흘리며 진실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도 회개할 수 있구나!’ 싶어 무척 놀랐다. 우리 아이들이 회개할 수 있다는 소망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분량 안에서 순종하자. 이해력이 많이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 아이들의 믿음을 자라나게 하실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방주현 교사
교회복지실 사랑부

위 글은 교회신문 <35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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