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말씀이 필요한 그들

등록날짜 [ 2014-07-21 11:55:24 ]

20대 후반이 되도록 교회 한 번 다녀본 적이 없었다.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가 3개월만 예배에 참석해 보라고 간곡히 부탁하자 그러겠다고 약속을 덜컥하고 말았다. 늘 조용히 지내던 터라 뜨겁게 기도하며 찬양하는 모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수의 십자가 사랑은 죄악으로 가득한 내 삶을 뒤엎을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회개하라는 말씀을 듣고 그동안 지은 죄를 예수의 피 공로 앞에 씻었다. 회개하여 예수의 깊은 사랑 안에 들어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어 당시 청년회 소속인 장애인선교실 참사랑부 보조교사에 지원했다. 아이들이 힘들고 불편한 몸으로 찬양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그저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이 흘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참사랑부 아이 중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을 하거나 예배 드리는 것이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사모하며 예배를 드리는 아이가 참 많다. 육체는 온전하지만 진실되이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하고 찬양하지 못하는 이들보다 못한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며 회개할 때가 많았다.

주일이면 어김없이 교회에 나와 먼저 웃으며 교사를 반겨주는 아이들, 내가 아이들을 섬겨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그들이 나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신앙 초년병 시절, 주일이 오기를 설레며 기다리다가 주일 아침을 맞이하는 일을 기뻐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과제였다. 때로는 듣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예배 자세와 기도하는 손을 모아잡는 데까지 1년이 걸리든 얼마가 걸리든, 그들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는 모든 교사가 함께 축하하고 하나님께 감사가 넘치는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비롯해 그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순종했다. 하나님이 일하시길 기도하고, 기대하고, 사모하며 어느덧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올해도 하계성회가 다가온다. 처음에는 청년인 장애 학생들을 하계성회에 참석시키고 싶었으나 장시간 앉아서 예배드릴 수 있는지, 혹 소리를 질러 예배를 방해하지 않을지, 게다가 숙소문제와 이동 문제를 두고 교사들과 함께 많이 고민하였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주님의 말씀을 성회예배 현장에서 직접 듣고 절실히 은혜 받아야만 했다. 34일 동안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학생들은 예배에 집중하였다. 더 놀라운 일은 말수가 지극히 적은 학생의 입에서 방언이 터지고, 음란물에 빠진 어떤 장애 학생의 입에서 회개하면 저도 용서받을 수 있어요?”라는 고백을 들은 것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감히 우리가 예측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로 해마다 복지실 장애인 학생들도 청년성회에 참석하여 많은 은혜를 받고 있다. 올해도 말씀을 통해 일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이들이 천국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를, 또 능력과 이적이 이들 안에서부터 나타나 많은 이가 하나님을 만나기를 기도한다.


죄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죄인을 구원해 주시고, 부끄럽지만 교사라는 이름을 주시고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배선호 교사

교회복지실 사랑부

위 글은 교회신문 <39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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