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순수한 마음 잃지 말기를

등록날짜 [ 2014-09-22 11:34:21 ]

지난해 이맘때쯤 고등부 교사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교육 관련 학과를 전공한 터라 청소년을 향한 마음이 있었고, 교사 지원을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중고등부 시절 섬겨주던 선생님이 권유해 고등부 교사에 지원했다.

우리 반 학생들 명단을 받고 처음 연락하던 날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매체에서 접한 중고등학생들의 거친 이미지 탓에 괜한 두려움까지 들었다. ‘하나님, 어떻게 해요. 담대함을 주세요! 힘을 주세요!’라고 속으로 외치며 학생들에게 전화했고 교사로 임명받은 첫 달은 떨리는 마음으로 고등부 예배를 드렸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는 편이라 학생들을 사랑할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점점 채워주셔서 반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아직 예수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좀 더 애정이 간다. 우리 반에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온 학생이 있는데 자의로 온 것이 아니라서 교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예배에도 잘 오지 않았다. 속상해하시는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교사인 나 역시 중등부 당시 신앙생활과 거리가 멀었지만 어머니와 교사들의 기도로 예배의 자리에 왔고 대학청년회에 올라가서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는 말씀을 드리며 지금은 무척 걱정되시겠지만 부모님이 기도하시면 자녀는 하나님께 반드시 돌아온다고 함께 기도하자고 말씀드렸다. 그 학생이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고 예배에 오지 않는 날도 있지만 주일에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곧 하나님을 뜨겁게 만나 기쁨으로 예배드리길 기대한다.

신앙생활이 많이 무너져 있을 때 교사에 지원해서 지난 상반기 동안 아이들을 잘 섬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내 믿음도 잘 지키지 못할 때가 잦은데 어떻게 아이들 신앙생활을 끌어줄 수 있을까? 교사를 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런데 상반기 결산예배를 드리던 중 예수님은 이런 나도 포기하지 않고 십자가에서 피 쏟아 구원해 주셨는데 나는 또 도망가려고 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들었고 남은 반 년 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자리에서 우리 반 아이들을 사랑하고 섬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다시 힘을 냈다.

가끔 대학청년회 회원들이 고등부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냐며 걱정해 주기도 한다. 겉으로는 키도 크고 청년처럼 보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아이들 마음은 어른들보다 훨씬 여리고 순수하다. 뜨거운 열정으로 충성하는 학생, 겉으로 잘 표현하지는 못해도 하나님을 바라보려는 학생, 가끔 얼굴을 내비치는 학생조차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앞으로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지금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학생, 그렇지 못한 학생 모두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도 하나님 앞에서 순수하게 신앙생활하며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소망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을 끌고 갈 능력도 지혜도 아무것도 없지만 한 명 한 명을 하나님께서 세워주시길 기대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한다.


/안지혜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0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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