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8-10 11:54:40 ]
지난해 11월 연합남전도회 직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느닷없이 주일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섬겨 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토요일에는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부모님 댁에 다녀와야 해서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얼버무리면서 확답을 미뤘다.
대만에서 목회 중인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내 의중을 물었다. 뜻밖에도 동생은 무척 반가워하며 ‘찬성’이라는 회신 문자를 보냈다. 그래도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과연 나같이 부족한 자가 교사 직분을 맡는 일이 옳은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올해 초, 연합남전도회 직분자와 이삭부 부장의 환대 속에서 얼떨결에 교사로 지원했다.
주일 오후, 내가 담당하게 된 신입반 아이 4명을 처음 만났다. 한 부모 가정이거나, 우여곡절이 많은 가정사를 지닌, 대개 부모가 예수를 믿지 않는 집안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한겨울인데도 예배드리러 오느라 발갛게 달아오른 볼, 예배드릴 기대감에 가득 찬 초롱초롱한 눈빛은 나를 사뭇 놀라게 했다. 교사 기도 모임 시간, 전도사님과 부장님은 기도를 인도할 때마다 항상 외치셨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섬기고 사랑할 대상입니다. 교사가 할 일은 기도하고 섬기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 기도는 나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했다. 예수께서도 낮은 자리에서 섬기러 오셨다고 했다. 죄인 된 우리를 살리시려고 죽기까지 섬기신 그 사랑이 내게도 있어야 아이들을 섬길 수 있다고, 내게 주님 심정을 달라고 기도했다.
이삭부에서 신입반 담임 외에도 주일 차량운행과 토요일 심방을 맡고 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가면서 ‘기다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릴 때면 조마조마하다. 그 심정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가 똑같을 것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조마조마하며 나를 기다리셨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주님을 무시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 그렇게 아이들을 섬기다 보니, 4명이 각자 친구를 데려오고, 또 하나둘 전도돼 상반기에 정착한 수가 12명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이 예배드리러 오고, 예배를 계기로 주님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주님 앞에 더 무릎을 꿇는다.
김지호(가명)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다. 학교에서 흔히 일진으로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머리는 노랗게 염색했다. 주일에는 선물 받기만 바라고, 토요일 심방 때는 점심과 레포츠 프로그램만 기대하며 6개월간 교회에 왔다갔다한 아이다.
올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열린 교사 기도 모임, 기도 인도자는 “아이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가며 기도하세요”라고 외쳤다. 그렇게 기도하며 섬겼더니 여름성경학교 때 지호가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울면서 회개하는 것이 아닌가. 지호의 영혼이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지 절실히 느꼈다. 결국 지호는 마지막 날에 눈물 흘리며 방언기도를 했다. 회개한 지호의 심령에 성령이 임하셔서 방언은사를 주셨다. 외모와 행동만 보고 아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회개했다. 교사 직분은 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자리’라고 한 믿음의 선배들의 말이 정말 맞다. 계속해서 나를 다듬고 고쳐서 쓰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고제구 교사
이삭부
위 글은 교회신문 <44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