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초보 교사의 아이들 극복기

등록날짜 [ 2015-10-12 11:29:41 ]

중등부 첫 공과 시간부터 꼬맹이들 때문에 진땀 깨나 흘렸다. 청년들 섬기는 일도 이만큼 어렵지는 않았는데. 지난해 교회 집사님의 권유로 디딘 중등부 교사 첫걸음은 험난 그 자체였다.

2015년 회계연도를 맞아 중등부가 두 달 가까이 순항 중인데도 나만은 여전히 겨우내 꽁꽁 언 상태 그대로였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초보 교사를 얼마나 위축되게 하는지. 주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마치 아이들에게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이들 마음 문을 열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가면 갈수록 차가워지는 아이들 태도에 점점 힘이 빠졌다.

역시 기도밖에 답이 없다.”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과 선배 교사들 권면에 힘입어 나름 엄격한 규칙을 정해 철야기도에 돌입했다. 기도로만 응답받기로 마음먹고 하나님께서 해결해 달라고 떼를 썼다. 신기한 점은 철야기도 첫날만 해도 걱정과 한탄으로 툴툴댔는데 기도한 날이 늘수록 아이들의 영적 처지가 보이면서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예수께서 피 흘려 구원한 아이들을 내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도 들면서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귀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길거리를 다닐 때도 주님께 고했다. 주일에 들쑥날쑥 나오는 아이들은 예배에 오게 하려고 바삐 뛰어다녔다. 한 주 동안 아이들 생각과 기도에 푹 빠져 살다 보니 하나님께서는 아이들과 관계도 점점 열어 주셨다. 기도할 때마다 아이들과 친해지도록 지혜를 공급해 주시니,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면서도 회계연도 막바지를 향해 무사히 달려가는 중이다.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아이들의 예배 태도가 변화된 점이다. 하계성회 며칠 전부터 같은 중등부 교사들과 합심기도 하고 철야하고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반 전원이 하계성회에 참석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감사하게도 몇몇 아이를 빼고는 성회에 잘 참석해 은혜받았다. 하나님께 기도하니 하나님이 다 아시고 인도해 주신다는 감격에 자못 흥분됐다.

이제는 주일이 다가오면 기대와 소망이 넘친다.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이루어져 올 초만 해도 차갑던 아이들 눈이 부드러워지고 교사에게 웃음을 건넬 때마다 정말 기쁘고 눈물 나게 감사하다. 교사로 충성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부르시고 또 역사하실 우리 귀한 아이들은 반드시 변화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내가 올린 눈물의 기도를 들으시고 반드시 일하시기에 어느새 근심이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었다.

교사로 충성하는 1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내 열심과 의()를 부서지게 하셨다. 청년회에 있을 때만 해도 열심히 충성하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금방 실망하고 힘들어했다. 주님께서는 그런 내게 네가 공을 세워서 칭찬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니 너를 사랑하시는 주님이 허락하지 않으시지라는 질책을 중등부 아이들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내가 열심히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하나님 앞에 기도로 다가서려는 마음이 앞서게 되어 감사하다.

무슨 일이든 하나님 아버지와 죽기까지 날 사랑하신 내 구주 예수께 아뢰며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는 열정적인 교사가 되고 싶다. 오직 기도로. 기도로. 


/이은순 교사

2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5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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