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10-26 11:52:58 ]
교회학교 교사생활을 한 지 어언 10년. 학생들을 잘 섬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언제나 두렵고 떨린다. 주 안에서 잘 자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을 믿음 안에서 성장하게 하시고, 그 일에 나를 사용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2004년에 고등부 교사가 됐다. 주일학교 교사 한 분이 남전도회에서 활동하던 내게 적극 권면해서였다.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해서 한숨도 못 자고 첫 수업에 임했다. 학생 얼굴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횡설수설하다 공과를 마쳤다.
교사 시절 초창기, 신입반을 담당하던 때를 돌이켜 보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여자아이가 있다. 계속 예배에 나오지 않던 터라 퇴근 후 수소문해서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갔다. 어느새 늦은 저녁, 빼꼼히 내다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방에 들어섰다가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어두운 방 안을 촛불이 겨우 밝히고 있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는데 형편이 어려워 전기요금을 못 내 며칠째 그렇게 지냈다고 했다. 도시가스도 끊겨 휴대용 버너로 밥을 지어 먹는다고 했다. 교사 몇몇이 그 가정을 돕기로 뜻을 모았다. 교회 가까운 곳에 이사할 집을 알아봐 주었고, 중고 냉장고와 생활용품도 지원해 주었다. 몇 년 후, 그 아이가 자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이겨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교사생활에 큰 감사가 넘쳤다.
학교 교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길로, 주일학교 교사는 영혼이 살아갈 올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한다. 오늘도 학생들이 영혼이 사는 바른 길로 가도록 학생들을 섬기고 있다.
길다면 긴 세월 동안 교회학교 교사로서 충성했지만, 내게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의 상태나 가정환경을 꼼꼼히 파악해 두는 편이다. 신앙생활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교사와 연락하기를 꺼린다. 그런 아이들은 부모님과 자주 연락해서 아이의 상태를 잘 알아 두고, 부모님과 기도 제목을 공유하며 기도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매일 학생의 이름을 불러 가며 기도하고, 끝까지 관심을 두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몇 년 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맡았는데, 당시에는 교회에 잘 나오지 않아 속 썩이던 녀석이 대학청년회에 등반한 후에는 주님 일에 열심을 냈다. 하나님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듯, 나도 학생들의 영혼을 위해 쉬지 말고 기도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
주의 일이 다 그렇듯, 교사도 주님이 힘주시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다. 아이들의 삶이 바뀌지 않을 때마다 ‘내가 성령 충만하지 못하여 아이들이 저런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그럴 때라도 주님께서 일하실 줄 믿으며 늘 기도한다.
앞으로도 아비 심정으로 섬기는 아이들 한 명도 잃지 않고 모두 천국으로 인도하는 참된 스승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영혼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한 명 한 명에게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꼭 전해 주고 싶다.
/정학용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5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