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11-09 11:28:49 ]
우리 교회에 온 지 어느덧 17년째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많은 충성의 자리를 통해 연단해 주셨지만, 내 영혼은 그만 타성에 젖어 열매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다시금 겸손한 마음으로 구령의 열정을 회복하고 열매를 내고자 지난해 말, 디모데부(초등3) 교사로 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나는 순종보다는 판단이 앞섰고, 행하기보다 생각이 많았다. 올해 열 살 남짓한 아이들과 순수한 신앙생활을 함께하며 내 판단과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중이다.
새해를 시작하며 무엇보다도 ‘전도하리라’고 굳게 결단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전도할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단지 ‘전도하리라’고 마음먹었을 뿐인데 ‘이루어지는’ 일들을 경험했다. 전도대상자에게 그저 복음을 전했을 뿐인데, 이후 그가 정착해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역사하심을 절감했다. 그 은혜에 눈물이 났다. 그동안 내가 전도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믿음이 없어 그토록 캄캄한 길을 걸었나 싶은 생각에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전도할 의지를 불태울 때가 많다. 우리 반 은성이는 부모님이 예수를 믿지 않고 집도 멀다. 그런데 벌써 6명을 전도했다. SNS 메신저 프로필에는 ‘천국 가자’라고 적어 놓았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느슨해진 전도자세를 다잡는다.
지민이도 전도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주일 아침마다 친구인 상현이와 동현이를 열심히 챙긴다. 아이들이 주님을 사랑해 순수하게 전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교사인 나도 역할을 잘 수행해 반드시 열매 맺으리라 마음먹는다. 초신자 아이들이 교회에 들쑥날쑥 나오고 선물과 행사 때문에 오기도 하지만, 그들 심령에 예수께서 자리 잡기까지 기도하고 복음을 전해야 할 일은 교사인 내 몫이고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교사 생활을 하며 교사는 가르치는 자가 아닌 배우는 자임을 깨닫는다.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교사인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어느 토요일, 현수라는 아이의 집에 심방을 갔을 때 과제로 내준 성경 구절을 썼느냐고 물어봤다. 현수가 대답했다.
“생명의 말씀 아직 안 썼어요.”
현수의 입술에서 나온 ‘생명’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늘 외치던 찬양이나 성경 구절인데 그날만큼은 정신이 번쩍 났다. 마치 내가 이 아이에게 생명을 전하지 못해서 신앙양심이 화들짝 놀란 듯했다. 단순한 예배 출석을 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영혼을 바라보고 생명을 전하라는 주님의 목소리로 들렸다. 현수의 요절 공책을 들여다보니 정말 ‘생명의 말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종해야 할 생명의 말씀을 그동안 무시하고 따분하게 여기고 멸시한 모습을 회개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의 피 공로를 망각하지 않고 그 은혜에 힘입어 예수 생명을 전하는 교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설교 말씀 시간에 부산해도 기도 시간이 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도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장난치면서도 예수 믿지 않는 친구 이름을 적으며 전도하겠노라 외치는 아이들 모습에서 교사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예수의 생명을 전해 주세요!’라며 살고 싶어하는 영혼의 몸부림을 본다. 내년에도 주님이 사랑하는 어린 영혼을 주님 주신 힘으로 감당하기를 원한다.
한 해 동안 교사로 써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할렐루야!
/서영애 교사
디모데부
위 글은 교회신문 <4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