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힘

등록날짜 [ 2015-12-21 14:35:21 ]

교회학교 교사로 임명받기 전 중.고등생을 가르치는 학원 교사로 10년간 근무했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그들 사이에 유행하는 언어와 문화는 물론, 폭력적이고 무개념으로 방종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그러한 학생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하지만 교회학교 교사로 임명받고 만난 아이들은, 가르치기는커녕 대하기도 어려웠다. 영혼 관리를 한다는,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린 피로 구원한 귀한 자녀를 훈육한다는 그 거룩하고 무거운 직분이 마냥 두려워 학생들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

학원에서 근무할 때는 학생들에게 야단을 치고, 잔소리하고, 심지어 매를 들어 가르치기도 했다. 학원을 그만둔다고 해도 겁나지 않았다. 잘라 낼 것은 잘라 내 공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 학생들에겐 그럴 수가 없었다. 내겐 어려운 고객이었고, 놓치면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두려운 사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심방하고 전화하고 먹을 것을 사 주고, 만나서 공감하며 편들어 주고, 선물을 주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할 따름이었다.

한계에 부닥쳤다. 영적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내어 주님 앞으로 데려올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예배 때 장난치거나 졸고, ‘아멘을 모르는 사람처럼 입을 꼭 닫고 구경만 했다. 관리회원들은 심방하면 사 주는 음식만 먹고 주일에는 연락이 끊기기가 일쑤였다. 한 주 한 주 세상 유행과 문화에 속수무책으로 물들어 가는 아이들을 멈추게 할 능력이 없었다. 학원 교사 10년이라는 세상 경력과 지식이 쓸데없었다. 내 무능력에 애가 탔고, 초라하고 가난한 내 모습에 질리고 지쳐서 결국 주저앉았다. 그렇게 주님이 무릎을 꿇게 하셨다.

올해 전 성도 50일 작정 기도회에 참석해 엉엉 울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니 지금 놓치면 지옥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보며 정말 안달이 났다. 절박했고 무서웠다. 두 시간 내내 단 두 문장으로 소리를 지르며 기도를 했다.

지옥 가면 안 돼요. 지옥 가면 안 돼요. 주님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들 지옥 가면 안 돼요. 주님 도와주세요.”

기도를 끝내고 핸드폰을 보니 SNS 메시지(카톡)가 몇 개 와 있었다. 세상에! 엄마가 반대해서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던 아이, 학원 보충 수업이 있어 예배에 올 수 없다던 아이 그리고 아버지랑 산에 가서 안 오겠다던 학생들이 단체 카톡 대화방에 메시지를 남긴 것이었다.

~ 우리 내일 교회 갈 거예요. 데리러 오세요.”

나는 여전히 학생들 앞에서 쩔쩔맨다. 공과를 학원 수업 하듯 막힘없이 진행하지도 못한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전도 대상자에게 전화해 심방 약속을 알리지만 여전히 거절을 당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는 모든 말이 가르침이 되어 깨닫게 하지 못하니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교사가 아닐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넓은 길에 깔린 성가신 방지턱 정도이거나, 질풍노도에 자꾸만 제동을 거는 감시카메라 정도일 게다. 그들은 아직 모르지만 방지턱에 흔들릴 때마다, 감시카메라에 멈칫할 때마다 나를 통해 하시는 주님 말씀이 생명의 씨앗인 걸 믿는다. 주님이 하시리라. 


/김희정 교사

2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64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