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1-11 13:27:49 ]
스물 살 무렵, 초등부 교사로 아이들을 섬긴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과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좋은 기억으로 계속 남아 자연스레 주일학교 교사를 소망했다. 영향력 있는 교사가 되길 기도하며 2014년 12월 유치부(6~7세) 교사로 지원했다.
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터라 아이들 대하는 법을 배워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반을 맡고 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알려 주고, 눈높이에 맞춰 성경 말씀을 전하려 할 때면 늘 낯설고 긴장됐다. 뒤돌아보면 시행착오도 많았다.
첫 공과를 준비할 때는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열심히 기도하며 공과 본문을 수십 번이나 읽었다. 공과 수업을 하는 주일까지 두렵고 떨리면서도 하루하루가 설레었다. 공과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을 인쇄해 코팅하고 가위로 오리고 자석을 붙여 가며 열심히 준비했다.
드디어 첫 공과 시간. ‘아차!’ 우리 반 아이들이 ‘여섯 살’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나 보다. 아이들은 글씨 읽는 일에 아직 서툴러, 준비해 간 성경 말씀을 천천히 읽어 줘야 했다. 다음 공과 시간에는 아이들이 잘 이해하도록 그림을 준비해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5분 정도 지나니 아이들은 “목말라요” “화장실 갈래요” 하면서 산만해졌다. 예배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계속 울고 투정 부렸다. 그때마다 단호한 마음으로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하게 했다. 어르고 달래며 하나님 말씀을 듣게 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곧 적응해 예배 때마다 전도사님 설교 말씀을 조용히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아이들 신앙생활을 위한 지혜로운 방법도 늘 공급하셨다. 아이들이 성경 말씀 구절을 잘 써 오면 주보 노트나 손등에 도장을 찍어 줬는데, 이것이 아이들 신앙생활을 위한 좋은 강화물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은 도장을 받으려고 매주 꼬박꼬박 말씀 한 구절을 써 왔고, 하나님 말씀을 외고 쓰면서 기도도 열심히 하게 됐고 말씀도 더욱 몰입해 들었다.
유치부 아이들은 주님과 나의 관계처럼,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다. 혼자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그런 아이들을 맡았기에 기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내 신앙생활도 덩달아 성장했다.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저녁 기도회에 나와 기도하려고 했다. 또 어린이 기도 모임에 가서 반 아이들과 조금이나마 친해지려고 한 번이라도 더 만나 인사하고 안아 주었다. 유치부에 교사로 온 내가 아이들 덕분에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 덕분에 더 열심히 기도하고 충성하게 됐다.
지난해 여섯 살 아이들이 이제 일곱 살이 되었다. 처음에는 글씨를 읽지 못해 성경 구절을 읽어 줘야 했지만, 아이들은 어느덧 느릿느릿 글자를 읽는다.
“하.나.님” “사.랑”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기뻤다. 주님께서도 기뻐하시리라 생각하니 감사가 넘쳤다.
올해 여섯 살 아이들을 다시 맡았다. 지난해 맡은 아이들처럼 주님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혼자서도 기도하고 말씀 읽고 성경암송대회에 참가해 말씀 구절을 외울 아이들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아이들과 1년간 함께하는 동안 주님께서 역사하실 일을 벌써 기대한다. 한없이 부족한 나를 써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모든 일은 주님께서 하셨다.
/홍다영 교사
유치부
위 글은 교회신문 <4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