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이 명령하실 땐 이유가 있다

등록날짜 [ 2016-04-04 14:16:08 ]

6년 전 예배 시간, 그날따라 담임목사님께서는 교회학교 교사에 지원을 많이 하라고 권면하셨다.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고등부 교사가 여러 차례 함께 충성하자고 권면했었다. 하지만 당시 둘째 아들이 네 살밖에 안 된 터라 충성할 여건이 안 된다고 미루기만 했다. 그 설교를 들은 후, 기도할 때마다 주님께서는 호되게 책망하셨다. 100세에 얻은 독자 이삭을 순종함으로 하나님께 바친 아브라함을 떠올리게 하시면서.

내가 네게 자식을 바치라고 하더냐? 또 바치라고 하면 바칠 믿음이 네게 있더냐?’

머리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환경을 핑계로 불순종한 것을 눈물로 회개한 후 하나님께서 모두 책임지신다는 믿음으로 고등부 교사 지원서를 냈다.

그 당시에는 우리 교회 인근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그해 학교에 기독동아리가 새로 생겼고, 나는 담당교사가 됐다. 구성원들은 대체로 우리 교회 고등부 학생들이었다. 동아리 활동 시간,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아이들은 신앙 안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그 결과, 20여 명으로 시작한 동아리가 아이들의 권면과 전도로 부흥해 1년 후에는 60여 명이 됐다. 전적인 하나님 은혜였다.

그 후에도 아들이 예닐곱 살 때는 유치부 교사로,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요셉부 교사로 충성했다. 자녀와 함께 예배드리고 충성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학교다. 교사 직분을 맡기 전에는 몰랐다. 그동안 내 자녀와 우리 아이들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와 사랑으로 양육해 주신 여러 교회학교 교사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아이들이 예배에 늦게 오거나 빠지는 날이면 교사들은 애가 탄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하여 예배당 문만 바라보며 아이를 기다린다. 교회학교 교사가 아니었을 때는 아이를 교회학교에 보내 놓으면 알아서 해 주겠지’ ‘아이가 가기 싫어하면 한두 번 안 보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교회학교 교사가 되고 나서야 그때 담당 교사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얼마 전, 예전에 담임했던 아이와 현재 담임하고 있는 아이가 나란히 연세중앙교회 장학국에서 주는 장학금 수여식에 섰다. 내 자녀가 그 자리에 섰다면 그만큼 기뻤을까. 교사는 아이들이 하나님 말씀과 기도를 먹고 주 안에서 무럭무럭 자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지만, 그저 옆에서 주의 일을 돕는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이 기쁘다.

아이들이 장학금 받는 모습을 촬영해 학부모님께 사진과 문자를 보내 드렸다.

우리 ○○이가 앞으로 주님의 큰 훌륭한 일꾼이 되리라 믿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아멘하시며 아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어느새 봄이다. 며칠 전, 여덟 살 둘째 아들이 내 손을 붙잡으며 쑥을 캐러 나가자고 했다. 쑥을 캐는 동안 교회학교 아이들이 떠올랐다. 쑥이 쑥쑥 자라면 약초가 돼 사람들에게 귀히 쓰이듯, 내가 섬기는 아이들을 말씀과 기도로 양육하면 하나님께 귀히 쓰임받는 약초 같은 큰 일꾼으로 성장하리라. 하나님께서 주신 교사라는 귀한 직분을 잘 감당하여 온 마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리라 다짐한다. 지금까지 써 주시고 함께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유진순 교사

요셉부

위 글은 교회신문 <47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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