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은혜받은 감사는 충성할 자원 

등록날짜 [ 2016-08-15 16:29:21 ]

주일 아침마다 불평불만을 많이 했었다. 아직 잠자리에 있는 아이 셋을 깨워서 옷 입히고 밥 먹이고 분주하게 챙겨서 교회로 향하면 늘 기진맥진이다. 교회학교 교사들은 대개 오전 8시에 시작하는 1부예배를 드리는데, 그날도 예배 찬양을 끝마치기 직전에야 1부예배 장소인 목양관 요한성전에 겨우 도착했다.

예배당 의자에 털썩 앉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선교단은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찬양을 불러 영광을 돌리는데, 나는 찬양 부를 힘도 없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감사를 잃고, 타성에 젖어 교사 노릇을 하고 있는가?’

자책해 봐도 타성에 젖은 자신을 돌이킬 힘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날 담임목사님께서 10분 남짓 설교하시다가 그만 강단에서 내려오신 것이다. 당황해하는 성도들에게 목사님께서 당부하셨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러고는 부축받아 걸음을 옮기셨다. 성도들은 성전을 나가시는 담임목사님의 뒷모습을 먹먹한 눈빛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나 역시 목사님의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은 예배 시간, 요한성전은 성도들의 울부짖는 기도 소리로 가득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담임목사님이 설교를 마치지 못하고 강단을 내려오신 적이 없었기에 그날의 충격은 컸다

평소 담임목사를 위해 기도하지만, 그날따라 가슴이 무너질 듯한 심정으로 기도했다. 주님께서는 성도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날 2부에서 4부 예배까지 담임목사님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사용하셨고, 성도들은 영적인 큰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말씀에 은혜를 듬뿍 받았다

목사님을 위해 애타게 부르짖던 그날, 성령께서는 내 영적 상태를 찬찬히 돌아보게 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피 흘려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셨는데, 담임목사님은 성도 영혼을 사랑해 주일 아침 1부예배에서 4부예배에 이르기까지 성령의 감동을 따라 말씀을 전하려고 저렇듯 자기 몸을 돌아보지 않고 애쓰시는데, 나는 주일 아침에 서둘러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유치부 아이들 섬기는 일이 힘들다고 불평불만 했구나.’ 

주님과 멀어진 내 모습을 보면서 가슴 치며 회개했다. ‘말세에 순교의 믿음을 가지라는 담임목사님의 애타는 설교를 들으면서도 작은 불편 하나 이기지 못하는 나약하고 나태한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사실 그날처럼 회개할 기회는 수없이 자주 만난다. 바로 유치부에서 오랫동안 충성한 선배 교사들을 보면서다. 매주 토요일이면 교사들이 한데 모여 한 시간씩 기도한다. 그 후엔 담당 아이들을 심방하러 간다.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주일예배에 나오라고 권면하고, 신입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는 복음을 전한다. 선배 교사들을 보면, 예수의 피 공로에 감사해서 아이들을 섬기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주님께서 그들을 사용하셔서 유치부 아이들의 영혼을 살리고 계시는 것이리라

이제 나도 새롭게 다짐해 본다.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 죽으면 죽으리라고 강단에서 말씀 전하는 담임목사님, 서로 돌아보고 섬기는 동료 교사, 나도 이들처럼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 심정으로 맡겨 주신 아이들과 교사들을 섬기리라

반석처럼 변함없이 교사 직분을 묵묵히 행하는 성도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한다.  이제 내게서 영적 타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직 감사한 마음 품고 충성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주님이 하셨다. 할렐루야!


/
이효복 교사 (유치부)

위 글은 교회신문 <4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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