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9-27 10:29:45 ]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회복지부에서 수년간 장애인을 섬겼다.
십수 년 전 노량진 시절, 교회복지부에서 충성했다. 처음엔 차량을 운행할 교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차량 충성자로 지원했다.
두 달쯤 지나자 교회복지부 컴퓨터 관리를 맡게 되었다. 그 후 주보 제작을 요청받았다. 또 예배 PPT 제작을 맡았고, 예배 사회도 보았다. 무슨 일을 맡기든 감사함으로 늘 순종하였다. 그러자 충성 범위가 점점 넓어졌고 나중엔 영혼을 섬기는 교사 직분까지 맡겨주셨다.
십여 년간 교회복지부에서 정신지체 장애우를 섬겼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지체가 있다. 바로 진원이(가명)다. 초등학생 때 만나 청년이 되기까지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진원이는 담임 교사인 나를 만날 때마다 억지로 목을 끌어당기거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뜬금없이 “때리지 마!”라는 혼잣말도 자주하곤 했다.
발달 장애인 지체들은 변화가 느리다. 여유를 갖고 많이 기다려야 한다.
진원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일반인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그 변화가 미미하다. 조금씩 예배드리는 태도가 좋아지고, 성품도 온순해지고, 혼잣말도 줄어들었다. 진원이가 그만큼 변하기까지 십여 년이 걸렸다. 진원이 부모님은 하계성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섬기려 한다. 그들 영혼이 예수 믿어 구원받을 때까지.
발달 장애인 지체들은 대체로 집착이 강하다. 장난감이나 악기, 심지어 노끈 같은 사소한 물건에도 집착한다. 겉보기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어쩌면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집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빼앗으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나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질문명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지, 영원한 위엣것을 바라보아야 할 텐데 썩어 없어질 허망한 것들에 끌려 다니지는 않는지.
온전치 못한 몸으로 예배드리는 장애인 지체들을 보면 내 신앙생활을 돌아보면서 절로 회개하게 된다. 그들은 꾸밈없이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린다. 거짓 없이 기쁨과 감사를 마음껏 드러낸다. 너무나 순수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온전한 육체로 살면서 나는 과연 하나님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는지 자문해 본다. 건강한 육체를 주신 주님께 항상 감사하고 장애를 겪는 이들을 주님 심정으로 품고 더욱 잘 섬기리라 다짐한다.
올해는 교회학교 요셉부(초등 1,2년) 어린이를 담임하고 있다. 아이들을 보면 한없이 예쁘기만 하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가 보다. 조잘조잘 쉴 틈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후회 없이 사랑하자. 예뻐해 주자.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자.’
아이들을 늘 사랑으로 대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잘못할 때면 야단을 쳐서라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혼내면 안 된다. 먼저 아이 스스로 자기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인식할 수 있게 설명해 준다. 그 후에 꾸중해야 아이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한다.
그동안 부족한 자를 이 모양 저 모양대로 써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앞으로도 맡겨주신 아이들에게 늘 귀 기울이고, 진실하게 기도해 주고, 주님 심정으로 사랑해 주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한다. 모든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린다.
/조정현 교사
요셉부
위 글은 교회신문 <49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