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주 앞에 순수한 어린아이같이

등록날짜 [ 2017-10-17 15:04:24 ]

발달장애인 섬기며 특정 행동에 놀랄 때도 있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에 오히려 도전받고 회개할 때도 많아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며 지적장애1급인 진호(가명)를 만나 돌본 지 4년째다. 진호를 만나기 전,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있었다.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평생 살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처음 만난 진호는 겉보기엔 여느 또래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잘생긴 초등 1학년생이었다. 하지만 본인 의사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대소변을 못 가렸다. 진호가 계기가 돼서 발달지체장애인을 담당하는 교회복지부 교사 지원서를 냈다. 교회복지부에서 지체들을 섬기면서 진호를 더 잘 돌볼 수 있었고, 기도 응답 덕분인지 진호는 서툴지만 본인의 의사 표현은 물론이고, 대소변도 가리게 됐다.

교회복지부는 에바다실(농인), 믿음실(15세 이하), 사랑실(25세 이하), 소망실(35세 이하), 온유실(36세 이상)로 구성돼 있다. 내가 속한 온유실은 초등생인 진호와 달리 30~40대 장년 장애인이 많아 처음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섬겨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처음 담임한 지석 형제(가명, 39)는 쌍방 대화는 못 하지만 말귀를 알아들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돌발행동을 했다. 옆에 앉은 내 팔을 갑자기 때린 것이다. 자신이 먼저 때려 놓고는 스스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석 형제의 그런 돌발행동에 교사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지석 형제 옆자리에 앉기가 불안하고 부담됐다. ‘이런 행동을 또 하면 어떻게 하나?’ 나중에서야 그런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됐다. 지석 형제는 담당교사가 바뀌었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낯선 이가 옆에 앉자 불안해서 돌발행동을 한 것이었다. 속사정을 알게 되자 더 사랑하고 기도해 주어야겠다 싶었다.

담당학생 외에도 장년 발달지체장애인의 특정 행동에 익숙지 않아 고민하던 중, ‘교사 워크숍’에 참석했다. 경험 많은 교사와 상담하고, 상황극을 하면서 지체 장애인의 행동 특징을 이해하게 됐고, 대처 방법도 배웠다. 그 후 발달지체장애인들을 더 섬세하게 섬길 수 있게 되었다.

30~40대 중반인 온유실 지체들은 외모는 어른이지만, 교사를 대하는 행동과 언어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 주일에 만날 때마다 내 팔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해맑게 웃는다. 다른 반 지체들도 자기네 교사가 보이지 않으면 “왜 오지 않느냐”며 애타게 찾는다. 교사가 식사하면 자기가 사용한 컵에 물을 담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또 찬양하며 예배를 드릴 때, 비록 불편한 몸이어도 온몸에 땀을 흠뻑 흘리며 진정으로 찬양하고 율동한다. 내가 봐도 예쁜데 주님 보시기에는 얼마나 예쁠까. 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하게 주를 찬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은혜를 받는다.

때로는 너무 큰 소리로 ‘아멘’을 외쳐 예배에 방해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이 하나님 말씀을 그만큼 사모하는 진실을 표현하는 것 같아 대견하고 예쁘다.

나도 하나님 앞에서는 이들과 같이 어린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보다 더 철없다는 것. 주님 뜻대로 살지 못해 주님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주의 종이 전하는 하나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내 모습을 발견하고 죄를 찾아 회개한다. 말씀을 들으면 내 영혼이 힘을 얻고 한 주간도 그 힘으로 살고자 몸부림친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온유실 지체들의 뒷모습을 보며 주님께서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실까 생각해 본다. 기도하여 더 성령 충만해져서 그들에게 예수를 주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김경화 교사
교회복지부





위 글은 교회신문 <54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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