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초보 교사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등록날짜 [ 2017-11-28 11:29:31 ]

장난꾸러기 일대일 맡아 우여곡절 맘 고생 많았지만
끝까지 사랑하고 기도하자 여름성경학교 때 뜨겁게 회개해

2년 전, 디모데학년에서 기타 반주로 주일예배를 수종들 때다. 야곱학년(초등3·4) 부장님께서 연락하셨다. “교사 직분을 맡아 어린 영혼을 섬겨 보면 어떨까요.” 부장님의 권면에 따라 야곱학년에 교사 지원서를 냈다.

그때까지는 기타 반주만 했을 뿐, 교회학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부장님은 담당할 학생을 딱 한 명만 배정해 주었다.

주님이 내게 맡겨 주신 학생은 11세 지석이(가명). 담당학생이 한 명뿐이라 부담을 덜었으니 차근차근 감당해 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아뿔싸, 지석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예배 태도가 좋지 않고, 공과공부 시간엔 늘 딴짓을 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지석이는 첫 예배부터 무척 산만했다. 예배에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옆자리 친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기도 시간에는 끝나기를 기다리며 시계만 쳐다보았다. 예배 태도를 고쳐 주려고 첫날부터 지석이와 피치 못할 몸싸움(?)을 했다. 한번은 지석이가 연필로 심하게 장난치기에 못하게 하려다 연필심에 내 팔이 찍혔다. 어느 땐 지석이에게 몸이 물리기도 했다. 예배 때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려면 일단 가까워져야 했기에 지석이가 무엇을 좋아할지 파악하려 애썼다.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기타를 가르쳐 보기도 했다. 또 공과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지석이를 위해 예배실이 아닌 야외에서 공과공부를 해 보았다.

그렇게 지석이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은 지 한 달쯤 지나자 지석이는 공과공부에 조금씩 적응했다. 집에 가겠다고 떼쓰던 아이가 공과공부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지석이는 차츰 변했다. 여름성경학교 때는 죄를 낱낱이 지적하는 윤석전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더니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기도를 했다. 말썽부리던 아이가 하나님 말씀을 듣고 은혜받고 회개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석이는 여전히 장난이 심했지만 한 해 동안 별 탈 없이 잘 따라 주었다. 하루는 공과공부를 마치고 마무리기도를 하려는데, 지석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제가 대표기도 할게요!”

기도 시간에 멀뚱거리고, 고개를 푹 숙이던 아이가 자청해서 기도를 하겠다니! 지석이가 스스로 소리 내서 하는 기도말을 들으니 담임교사로서 가슴 뭉클했다. 주님께 정말 감사했다.

아이들은 내가 기도해 주고 주님 사랑을 쏟은 만큼 변한다. 당장은 말썽 피워도 나중에는 주님과 학부모와 교사의 기쁨이 된다. 심하게 장난치던 아이들도 친구를 전도하고 친구 옆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친구를 주님께 인도한다.

아이들이 주님 기뻐하실 선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동안 전한 말씀이 열매 맺는구나’싶어 보람을 느끼고 한없이 기쁘다. 때론 아이들이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모진 행동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며 주님 앞에 내 모습을 돌아본다. 아이들 덕분에 내 지난날을 돌아보고 회개한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한 초보 교사다. 그래도 어린 영혼을 섬기면서 주님 심정을 깨닫는다. 더 열심히 충성하고 싶은 사모함도 생긴다. 올해는 6명을 담임하고 있다. 주님께서 맡기신 귀한 영혼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때까지 온 맘 다해 섬길 것이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유창열 교사
초등부 야곱학년


 

위 글은 교회신문 <5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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