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지극히 작은 한 영혼을 끝까지 사랑하신 주님처럼

등록날짜 [ 2018-07-26 16:55:40 ]



장애 학생들 섬기는 일 때론 버겁지만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 생각하며
변치않는 마음으로 섬기기를 매일 기도


가영이를 만난 건 4년 전 고등부에서다. 당시 나는 고등부 교사였다. 가영이는 중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가족 외에는 연고가 없었다. 가영이에겐 지병이 있었다. 간질과 정신 질환이다. 시시때때로 일으키는 발작과 피해망상증은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가영이를 가로막았다. 가영이의 통제되지 않는 행동은 교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국 교사들은 기도와 오랜 고심 끝에 가영이의 소속을 옮기기로 했다. 지체발달장애인을 섬기는 교회복지부다. 가영이가 더 안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하려고 내린 결정이었다. 가영이는 교회복지부 사랑실에 배속됐고, 담임인 나도 가영이를 따라 소속을 옮겼다.

교회복지부 교사로 지원할 당시 두 가지 말씀을 마음에 품었다.

첫째는 “교사가 한번 맡은 영혼을 학년이 올라갈 때 따라 가는 것이 학생들에게 영적으로 유익하다”는 담임목사님의 말씀이고, 둘째는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라는 성경 말씀이었다.

신기하게도 교회복지부 사랑실 예배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이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 낯설고 불안했던 내게 마치 주님께서 ‘여기까지 잘 찾아 왔어’라며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다. 또 앞으로 어떻게 영혼을 섬겨야 할지, 얼마나 영적으로 더 성장해야 할지 알려주는 푯대 같았다.

교회복지부는 연합임원실, 에바다실(청각·언어장애인), 믿음실(15세 이하), 사랑실(25세 이하), 소망실(35세 이하), 온유실(36세 이상)로 구성된다. 그중 사랑실은 청소년기 장애 학생을 섬긴다. 처음 사랑실 교사가 됐을 때, 스무 살 넘도록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상동행동(常同行動)만 반복하는 자폐학생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또 생업을 내려놓으시면서까지 평생 자폐 자녀를 돌보고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 아버지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바 많았다.

‘나는 일주일 중 하루 3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평생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시고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오늘날까지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깨달음을 통해 자기중심적이었던 내 삶을 되돌아보고 더욱 기도하게 된다.

교회복지부 교사로 충성하면서 순수한 학생들 덕에 많이 웃는다. 하지만 ‘청결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독 힘들 때가 있다. 몇 초마다 방석에 침을 뱉는 아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 코를 계속 만지는 아이, 몇 달 동안 씻지 않는 아이 등…. 아이들을 돌볼 때마다 안아 주고 기도해 주고 싶지만 고약한 냄새 탓에 가까이 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만약 이들이 예수님이라면…’ 이란 말을 속으로 되뇌며 내게 맡겨 주신 영혼을 어떻게든 설득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한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땐 아예 내가 사는 곳으로 아이를 데려가 목욕시킨 적도 있다.

아직도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을 이루기까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한 듯하다. 이 말씀이 온전히 내 것 될 때까지 교회뿐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도 내게 보내 주신 ‘작은 예수님’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섬기고 충성하기를 매일 기도한다. 오직 주님 주신 힘으로 할 수 있으리라.


이필화 교사(교회복지부) 
 

위 글은 교회신문 <58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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