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얘들아, 사랑해! 이제는 내가 기다려 줄게”

등록날짜 [ 2018-08-07 13:12:59 ]



겉으론 다 큰 것 같지만 내면은 아직 ‘아이’
뜨거운 신앙고백엔 교사인 내가 부끄러워
방황하는 학생 있지만 똑같이 사랑해줄 터


고등학교 교사다. 직업이 그렇다 보니 교회 와서도 자연스럽게 교육국에 관심이 생겼다. 교육국에 교사가 부족하다는 말씀은 자주 들었다. 연말 즈음, 조직 개편을 앞두면 수많은 교육기관에서 교사 지원을 하라고 요청이 들어온다.

‘결혼하면 꼭 고등부에 지원해서 교회의 미래인 아이들과 함께 신앙생활 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직 아니야!’

청년회에서 영혼 섬김 직분을 맡고 있었기에 교사 직분은 결혼 후에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예배 시간, 담임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장 자유롭고 매이는 데 없는 때가 청년 시절이다. 가장 뜨겁게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청년기에 죽도록 충성하라.”

아무래도 결혼하면 가정에 매이기 마련. 가장 성령 충만하고 자유로운 지금, 교사 직분을 맡아야겠다는 감동이 들었다. 그렇게 고등부에 지원한 지 2년째.

청년회 직분자가 부족하다 보니, 고등부로 소속을 이동하려 할 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고등부 부장님의 권면과 기도 지원 덕분에 고등부 교사로 임명받을 때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기쁨과 함께 ‘더 감사하며 충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샘솟았다.

처음 맡은 학생들은 고3. 나보다 고등부 시스템에 익숙한 아이들과 점점 친해지면서 고등부를 알아 가느라 여념이 없었다. 청년회와는 확실히 다른 시스템에 무얼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땀을 흘렸다.

고등학생들은 신체 발육상으로는 이미 다 큰 어른이지만, 내면은 아직 ‘아이’라는 점에서 순수하다. 순수! 고등부에서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다. 학교·학원 스케줄 때문에 청년들보다도 심방이 더 어려울 때가 잦지만, 작은 선물 하나에, 설교 말씀 한 번에 은혜받고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주님이 일하심을 느꼈다. 또 학생이다 보니 부모님과 협력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부모님을 만나 뵙고 아이들의 ‘또 다른 생활’인 가정생활 모습을 알아 가면서 밀착 관리를 했다. 그래야 아이들의 온전한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부에는 예수님을 만난 체험이 있어 뜨겁게 신앙생활 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 가끔은 그들의 고백에 교사인 내가 부끄러워진다. 한 학생은 방문에 자신의 신앙 결심을 붙여 놓았다.

“예수 피의 복음에 빚진 자로 절대로 그 은혜를 배신하지 말자!”

이 결심을 날마다 선포한다고 한다. 하지만 ‘모태 연세(태어날 때부터 연세중앙교회 교인)’로 성장하면서도 예수님을 모르고 세상 가운데 방황하는 아이도 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 주님의 심정을 떠올려 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겉모습이나 행동만 가지고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품지 말고 똑같이 사랑하는 것. 이것밖에 없다. 가끔은 ‘그렇게나 오래 설교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이렇게밖에 신앙생활을 못 하느냐?’고 화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무익한 나 같은 자도 우리 주님은 끝까지 기다려 주지 않으셨던가.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나이 때 세상에서 성공하겠노라고 예수님을 나 몰라라 하며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 지독히도 이기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아직도 한참 부족한 나이지만 주님이 들어 쓰실 수 있도록 나를 더욱 내어 드리리라 다짐한다. 살려야 할 영혼이 있는 곳에서 더욱 주님 사랑하며 충성하고 싶다.



 전선하 교사(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58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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