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12-03 12:27:10 ]
안성은 교사(고등부)
고등부 교사 4년 하면서 깨달은 바 커
아이들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예수님 사랑’
학생들 섬기지만 내가 받는 사랑이 더 커
부족한 나를 통해 주님 사랑 발견해 줘서 감사
일 년 전 이맘때, 고등부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고등부 예배 후 공과를 시작하려는데 민철(가명)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지루한 모양이었다. “아~ 언제 끝나요?” 볼멘소리를 하더니 다른 아이들을 선동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모양새다. 나와 팽팽한 기(氣) 싸움이 벌어졌다. 화살이 막 시위를 떠나려는 순간, 주님 주신 기지를 발휘했다. “민철아, 기지개 다 켰으면 이제 앉자!” 민철이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때만 해도 일 년 후 민철이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학업으로 바쁜 틈에도 친구들을 전도하고 예배와 공과에 집중하는 이 훌륭한 모습을!
고등부 교사 4년에 접어들면서 깨달은 점이 크다. 좌충우돌 질풍노도 시기에 있는 사춘기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예수님 사랑이라는 것을.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깨닫고 아이들을 섬기자 주님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바꿔 놓으셨다.
주님께서 힘주셔서 담임한 아이 열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 가며 매일 기도했다. 아이들에게도 금요철야 예배 후 기도모임에 함께 하자고 했더니 생각해보겠다는 말 뿐, 확실히 오겠다는 말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실망하지 않고 간절히 기도했다. 함께 기도하려면 아이들의 마음 문부터 열어야 할 것 같아 먼저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고민 많던 고교 시절, 기도해서 문제를 해결한 나의 간증과 매일 은혜로운 성경 말씀을 올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대화방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활기를 띄더니 너도 나도 금요철야기도모임에 오겠다고 했다. 그 주에 나까지 9명이 함께 기도했다. 그렇게 함께 부르짖게 된 아이들이 요즘도 매일 1시간 이상 기도하고 예배 때 은혜받는 모습을 보면 무척 대견스럽다.
한번은 민철이가 찾아와 감사하다고 했다. “선생님, 교회와 학교·집에서 전혀 다른 저의 이중적인 모습이 싫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내 모습에 실망하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저를 포기하지 않고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교사인 나도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변하는 연약한 존재인데 사춘기에 얼마나 방황이 심할까? 그래도 주님 은혜로 돌이키니 감사할 뿐이다. 부족한 나를 통해 학생이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한 듯해 감사했다. “주님이 하셨다”며 주님께 영광을 돌리면서도 “하나님께서 보내신 돕는 자가 바로 선생님”이었다는 말에 가슴이 벅찼다. 주님께 쓰임받은 감격에 무척 감사했다.
학생들을 예수님 사랑으로 섬기지만 내가 받는 사랑이 더 크다. 천하보다 귀한 영혼 살리는 일에 쓰임받을 때 하나님의 사랑이 내게 풍성히 공급되는 것을 느낀다. 자격 없는 나에게 교사라는 직분을 통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먼저는 하나님과 내 영혼을 더욱 사랑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영혼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이민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65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