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12-19 13:42:49 ]
작은 입술로 주님께 고백하는 아이들 보면서
타성에 젖어 죄짓는 내 모습 너무 부끄러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영혼의 순수함 배워
기도하며 주님처럼 섬기는 자 되기를 소원
주일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 6~7세 아이들이 모인 유치부에서는 예배 말씀이 끝나고 담임교사들과 아이들이 공과공부에 한창이다. 내가 맡은 7명 아이 중에서도 초원이가 유난히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말씀을 듣는다. “예수님이 우리 어린이들이 지은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어 주셨어요.” 이내 초원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회개한다. 지난 한 주 동안 엄마에게 떼쓴 죄, 동생과 다툰 죄를 주님께 작은 입술로 고백하면서…. 교사가 전한 성경 속 예수님 이야기를 듣고 진실하게 눈물 흘리며 회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타성에 젖어 무감각하게 죄짓는 내 모습이 보인다. 너무 부끄럽다. 이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진실하게 기도해 주다 보면,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이고 잃었던 주님과의 첫사랑을 회복하게 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막10:15).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 순수한 영혼에게서 배우는 게 많다.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의 교사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은 성큼 자란 키만큼 신앙과 인격도 쑥쑥 자라 있다. 한번은 민찬(가명)이를 보니, 찬양 시간에 찬양과 율동을 따라 하지 않았다. 윗옷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왜 그러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부끄러워서요.” 그때부터 민찬이를 위해 집중해서 기도했다. 그 후 민찬이가 찬양 시간에 입술을 벌려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기까지 무려 5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는 사이, 민찬이를 절대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기도하고 기다려 주었다. 요즘은 민찬이가 율동까지 따라 한다.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기뻐하시는 주님 마음이 느껴진다 .
3년 전, 연세중앙교회에 처음 왔다. 그때 기도했다. ‘주님이 보내시는 곳이 어디든 순종하며 충성할게요’라고. 하지만 막상 유치부 교사가 되고 담임까지 맡자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부모님들이 연세중앙교회 다닌 지 얼마 안 된 내게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할까?’ ‘혹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애타게 기도하자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는지 처음 했던 기도가 떠올랐다. ‘그래, 어디로 보내시든 순종해서 충성한다고 기도했지. 교사 직분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것이지….’ 그 후로는 평안하게 충성하고 있다.
유치부 아이들은 예배와 기도의 태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서 일일이 지도하려면 손길이 많이 간다. 신입 교사 시절에는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 몰라 기도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못난 교사 탓에 아이들의 신앙이 바르게 자라지 못할까 봐 간절히 기도도 많이 했다.
2020 회계연도에도 주님이 맡겨 주신 직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나를 쓰실 주님의 은혜를 믿기에, 기도하며 주님처럼 섬기는 자가 되기를 소원한다.
/김도희 기자
안은하 교사(유치부)
위 글은 교회신문 <65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