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내가 받아 온 사랑 학생들에게 주고 싶어”

등록날짜 [ 2021-03-09 15:04:26 ]



고3 시절 사랑 많은 담당 쌤이
신앙 고민 풀어주고 잘 섬겨줘
나도 사춘기 학생들 사랑하려고
기도하며 따뜻하게 다가가는 중


2년 전 고등부 교사에 자원해 신입반 아이들을 맡으려 할 때 마음이 무거웠다. 고등부를 갓 졸업한 초보 교사가 초신자 아이들을 잘 섬길 수 있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스스로 오는 아이가 거의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신입반 아이들을 섬세하게 섬겨야 했다. 주님의 은혜로 아이들이 예수님을 내 구주로 만나고 교사인 내게도 마음 문을 열고 있다.


신입반 학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 진석이가 있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진석이는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정성스레 준비해 온 간식을 건네도 시큰둥하게 쳐다보더니 옆 친구에게 간식을 휙 던졌다. ‘이 녀석이?’ 진석이와의 첫 만남은 삐거덕거리는 듯했다.


하루는 충성할 일이 생겨 예배실에 늦게 도착했다. “선생님 어디에 있었어요?” 진석이가 시큰둥한 척하면서 물어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진석이가 나를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겉으로는 까칠하게 굴어도 속으로는 담당교사인 나를 따랐던 것일까. 그날 이후 진석이와 한층 가까워져 대화도 많이 나누고 문자와 통화도 자주 했다. 진석이를 위해 기도하다 보면 독생자를 십자가에 피 흘려 죽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애달픈 마음이 전해져 진석이에게 성경 구절을 메시지로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사실 진석이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했다. 자신이 직접 말해 주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진석이가 마음 문을 열기까지 묵묵히 기다리면서 기도와 말씀으로 섬겼다. 진석이도 뭔가 느꼈는지, 먼저 다가와 주면서 그 후에는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날 진석이는 “하나님이 두렵다”며 속마음도 털어놓았다. 상담을 하면서 진석이 말에 공감했다. 사실 나도 고등부 시절, 하나님을 무척 두려워했다. 성경 말씀이 내가 하는 행동을 ‘죄’라고 지적하는 것 같아 말씀 안에서 자유하지 못하고 신앙생활이 버거웠다. 그러다 고3 시절 사랑 많은 고등부 선생님을 만나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그 선생님의 섬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고, 고등부 교사로서 진석이도 섬길 수 있는 것이리라.


가족 중 나 혼자만 예수를 믿기에 교회학교 ‘교사’ 직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혼자 신앙생활 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주님 사랑을 전해 줄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고등부 3년 내내 담당선생님들이 나를 위해 애타게 기도해 주셨다. 교사가 되고 보니 하나님께서 선생님들을 통해 나를 붙들어 주셨고 하나님 곁에 있게 해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역시 교사가 된 지금, 학생들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 엄마처럼 맘껏 기댈 수 있고, 선배처럼 이끌어 주며, 친구처럼 편안하게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다. 모두 주님이 이끄시리라.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정해지 교사(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68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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