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이를 만나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담당한 학생들을 심방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나, 사춘기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아보지 않을수록 더 엇나가고 마음 문을 닫아버리므로 꼭 필요할 때는 이렇게 산책 형식의 심방을 한다.

마스크가 얼굴 반을 가리고 있는데도 울그락 불그락 예진이 얼굴이 금세라도 터질 듯하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너무 강압적이에요. 숨 막혀요.” 자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속안에 쌓인 불만을 어찌할 줄 몰라 터뜨려버린다.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덩이를 풀 줄 모르니 욕설과 폭력으로 때로는 극단적인 일도 저지르는 것이리라.

학원을 마친 예진이와 걸으면서 그동안 속을 끓여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예진이 마음이 많이 풀린 듯했다. 그러다 보면 ‘제가 엄마에게 대든 게 잘못이죠’라며 자기가 잘못한 것도 스스로 발견한다. 주님의 은혜다.

예진이를 달래주고 민혁이와 전화 심방을 한다. 요즘 중학생들의 욕설은 무서울 정도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민혁이는 부모님에 대해 험한 말을 하며 수화기 너머로 씩씩거린다. 들어주고 달래기를 20분 넘게 진행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누그러져 슬그머니 권면을 전한다.

“민혁아, 욕은 남을 저주하는 말이야. 부모님 저주하는 자녀가 잘 될 수 있을까? 너도 당장은 화가 나지만 나중에 후회할 거야. 그리고 아무리 부모님이 싫어도 집은 나오면 안 돼. 신문기사에 무서운 사건들 많이 봤지? 선생님이 기도할 테니 마음 풀고….”

그렇게 아이들의 모난 마음을 상처 나지 않게 살살 다듬어 주면 아이들은 금세 생각이 올바르게 돌아온다. 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엇나가지 않도록 교사로서 들어주고 섬기는 것을 주님께서도 참 기뻐하시는 듯하다.

심방을 마친 후 밤마다 교사들과 줌에서 모여 합심 기도를 한다. 아이들 사정을 깊이 있게 들은 덕분에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다. “예진이에게 엄마 사랑할 마음을 주시라”고, “민혁이는 거친 언행이 부드러워지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님이 막아주시라”고 말이다. 구체적으로 기도할 때면 주님의 애타는 마음이 전해져 눈물로 기도하게 된다.

지난해 중3 졸업반 아이들을 맡아 섬기려고 애썼다. 코로나19 탓에 많이 만나지도 못하고 챙겨주지 못했을 것인데 주님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돼서도 선생님을 기억해 주고 연락을 준다. 편부 가정에서 자란 한 학생은 커서 돈 벌면 꼭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단다. “말썽꾸러기들을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고 코가 찡했다.

최근 중등부는 유튜브 예배에 비신자 친구들을 초청해 같이 영상예배를 드리고 댓글을 달면 기프티콘 선물도 주면서 전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므로 복음 전도도 마냥 멈춰 있을 수는 없다. 주님 주신 지혜로 코로나에도 복음 전하고 기도하려고 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임미림 교사(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69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