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6-15 18:07:47 ]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의 은혜를 입은 자로서 충성하기를 사모하고 있던 중 교회 대형 스크린에서 ‘유아유치부 교사 모집’ 광고를 보았다. 어린아이들이 고사리손을 모은 채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래, 바로 저곳이다!’ 주님의 인도에 순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 교사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째이다. 유아부에서 오랜 시간 충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아부가 내게 친정 같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교사로 임명받은 후 결혼해 두 자녀의 엄마가 되기까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한 유아부는 편안하고 소중하고 애틋하기까지 한 친정 같은 곳이다.
12년 동안 한 부서에서 충성했지만,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기에 새 학기면 새로움과 긴장의 연속이다. 아이는 ‘하나의 세계’이다. 담당한 아이가 바뀌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아이들을 섬기다 보면, 내 힘으로 절대 할 수 없고 간절히 기도해 주님이 일하시도록 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미취학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를 의지해 교회에 오므로 아이들의 예배생활을 위해 그 가정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된다.
가정환경을 알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정을 접할수록 담당한 아이를 위해 애통하고 절절한 기도가 나온다. 유아부 아이들을 10년 넘게 섬기면서 가정에 말 못할 사정이 있는 아이가 매해 꼭 한두 명씩은 있다.
재우(5)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기도할 때면 재우를 향한 하나님의 심정이 느껴지면서 더욱 간절한 기도가 나왔다. 마치 성령님께서 재우를 너무나 사랑해서 ‘기도해 줄 이가 없는 재우를 위해 교사인 네가 꼭 기도해 주라’고 감동하시는 듯했다. 재우의 안타까운 사정과 신앙생활을 위해 기도할 때면 뜨거운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당시 청년이었는데도 어미 심정으로 재우를 품고 기도했더니 재우도 나에게 친근한 정을 느꼈다. 하루는 유아부 기도 시간에 재우를 바라봤는데 재우가 방언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재우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영혼 섬기는 일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구나’를 깨달았다. 얼마 후 재우가 거친 아버지를 피해 임시보호소에서 지내면서 연락이 끊겼으나,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재우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느새 많이 컸을 재우. 재우가 예수님을 내 구주로 만나 영혼의 때에 행복하기를 여전히 기도하고 있다.
뽀글뽀글 곱슬머리에 예쁘장한 민아(5)는 신입반에서 잘 정착해 등반한 아이였다. 어머니도 교회에 처음 오는 새가족이었는데 교회 오기 좋아하는 딸아이를 따라 어머니도 매번 주일예배를 드리셨다. 10년이 지난 지금, 민아 어머니는 우리 교회 구역장 직분을 맡아 구역식구들을 섬기고 계신다. 아이를 통해 부모가 전도받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섬기는 일이 무척 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교회로 오는 어린 발걸음이 무척 소중하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예수로 구원받은 은혜와 사랑을 깨달아 예수님을 더욱 사랑하도록. 또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살아 계신 예수님과 친밀한 신앙생활을 이어 가도록 끝까지 기도하고 섬기리라. 이 모든 일은 주님이 하셨다. 우리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손미애 기자
정주리 교사(유아부)
위 글은 교회신문 <75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