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4-09-02 16:01:37 ]
야곱학년 교사로서 아이들을 섬기는 충성은 내 신앙생활의 큰 도전이자 활력소이다. 몇 년 전 일상이 무척 분주한데도 어떠한 일이든 주님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때마다 공급해 주시는 은혜를 경험하고 싶었다. 직분자들에게 섬김받으면서 신앙생활 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님과 나 사이의 일대일 관계를 선명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일종의 광야 같은 곳으로 가서 신앙생활을 재정립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마18:3)으로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고, 그러한 복된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머지않아 야곱학년 교사에 자원하게 됐고, 지금까지 약 5년간 초등부 아이들을 맡아 섬기고 있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교사 충성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담당한 아이들 영혼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 처음 기도한 것처럼 교회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주님처럼 섬길 애틋한 마음을 때마다 공급해 주시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쌓아 가면서 지금까지 교사 사명을 이어 가고 있다.
잃은 양 아이를 찾게 하신 주께 영광
이번 2024 회계연도부터는 야곱학년 신입반 교사로서 우리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을 섬기고 있다. 현재 야곱학년 신입반에는 요셉학년(초등1~2학년) 시절 코로나19 사태 탓에 교회에 나오지 않다가 돌아온 아이들 그리고 야곱학년 친구들에게 전도받은 어린이들이 있다.
새 회계연도에 신입반을 맡은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주님께서 감동하시는 대로 순종하면서 아이들을 섬기는 것이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어느새 하반기도 중반을 향해 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역사하신 바가 무척 많았다.
야곱학년에 등반한 아이 중 교회에서 만나기 어렵던 소연이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가족 모두가 송파구 잠실로 이사를 갔다고 들었다. 방역 규제가 심하던 시기, 유튜브로 예배드리다 보니 교회와 멀어졌고, 결국에는 주님을 향한 마음도 멀어진 가정이었다.
주님이 잃은 양을 향해 애타하는 마음을 주셔서 심방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소연이와 연락해서 심방을 가려고 하는데, 소연이의 엄마가 속한 여전도회장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저랑 같이 가요. 저도 그 가정에 심방 가려고 기도하는 중이에요!”
그렇게 여전도회장과 협력해 소연이네 집으로 가서 엄마와 아이에게 믿음의 권면을 했더니 주님께서 소연이 엄마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다. 심방을 마친 바로 그다음 날 주일부터 매주 예배드리러 오고 있고, 소연이도 야곱학년 예배에 매주 참석하고 있다. 할렐루야! 나 혼자 갔다면 엄마까지 권면하기 어려웠을 수 있었는데, 잃은 양을 찾도록 돕는 이를 붙여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할머니와 함께 야곱학년 예배에 오고 있던 서진이는 교회 가는 것을 싫어했다. 한번은 할머니께 “할머니, 저 교회에 가지 않을 거예요. 정말이에요!”라며 완강하게 말했다고 한다. 금쪽같은 손자가 그렇게 말하면 할머니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이런 사정을 내게 알리면서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하셨을 할머니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연락해서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무언가 내키지 않아 우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계속 기도해 오다가 서진이를 만나야겠다는 감동을 받아 심방에 나섰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소 직관적으로 권면했다. “서진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너 자신이 천국에 가기 위해서야. 선생님도 천국에 가고 싶어서 신앙생활 하는 거야. 제일 중요한 것은 서진이가 교회를 어떻게 다니느냐인데, 가장 먼저 예수님을 구주로 만나야 해. 그래야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천국에 갈 수 있어. 교회에 와야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계속 들어야 예수님을 만날 수 있으니 예배드리러 꼭 와야 해!” 성령님이 감동하시는 대로 말씀을 전했더니 이 말이 서진이의 심령에 전해진 듯했다.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표정에서 읽혔다. 그다음 주일에 교회에 와서 설교 말씀 듣고 예배드리던 서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주님이 주시는 긍휼의 마음으로 다가가
야곱학년 아이 중에도 벌써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자기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일견 까칠해 보이는 행동 속에 담긴 외로움을 외면치 않고 긍휼이 여기며 포기하지 않을 때 주님이 역사하신다.
태준이는 마음속에 그늘이 있는 아이였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하고, 다소 과격하게 행동하면서 주위 사람을 함부로 대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한없이 불쌍해 보였다. 얼마나 외로우면 이런 행동을 할까 싶었다. 주님이 주시는 긍휼한 마음으로 통화를 했더니 역시나 살가운 반응은 아니었다. “선생님, 더는 전화하지 마세요!” 그런데 내게 소리 지르는 아이의 말이, 왜 ‘꼭 다시 전화해 줘요! 한 번이라도 더 나를 봐 줘요’라는 외침으로 들렸을까!
한발 물러나서 아이와 사이를 유지하면서도 태준이에게 한없이 마음이 쓰였다. 하루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마음을 두드렸다. 그런데 자기를 전도한 친구 어머니에게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했단다. 그런데 나는 그날 또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갔다. 그랬더니 평소 거칠게 굴던 모습은 어디 가고 “선생님, 저 편의점에서 파는 초콜릿이 먹고 싶어요. 사 주세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태준이가 뭘 해 달라고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흔쾌히 사 주고 대화를 이어 갔더니 하나님께서 태준이의 마음 문을 열어 주셔서 몇 주째 야곱학년 예배에 오고 있다. 1년에 한 번 예배드리러 올까 말까 하던 아이가 연속해서 예배드리러 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할렐루야!
이제까지의 야곱학년 교사 사역을 돌아보면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성령님께서 다 하셨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에게는 아이들을 섬길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쓰신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앞으로도 어린이 영혼을 섬길 귀한 일에 나를 써 주실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사진설명>김혜진 교사가 신입반 어린이들을 심방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리 박채원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6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