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그리스도인, 집안의 가장, 회사의 조합간부, 이 세 가지 분야에서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역할을 어긋남 없이 해내려면 말이다. 이 작업을 현실 속에서 능력 있게 이루어 낸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대답은 YES! 그러기에 그는 참으로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이다. 정영민 집사! 그에 대해 모락모락 일어나는 호기심을 애써 참으며 수정 아파트 그의 가족이 머무는 보금자리를 두드렸다.
“사실 저도 교회 다니는 마누라를 엄청 핍박하던 남편이었습니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 웃음기를 가득 채우며 아내를 쳐다보는 그는 영락없는 애처가 남편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핍박하는 남편’이라는 전적이 있었다니, 남편의 말에 아내 김미자 집사는 미소를 머금으며 응수했다.
“저는 처녀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영혼 구원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요. 그러다 연세중앙교회를 오게 되었고, 제 영혼이 살고 싶어서 말씀을 붙잡았어요. 당시 남편은 교회 등록은 했지만 믿음은 없었지요. 그래서 성회나 철야는 저 혼자서 다녔습니다. 하루는 성회가 끝나고 새벽에 집 문을 두드리는데 이이가 화가 나서 문을 안 열어주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날 밤을 새워야 했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러나 남편이 밉진 않았어요. 오히려 감사했어요. 핍박은 하나님께서 나를 기억하신다는 증거잖아요? 4년간 울며불며 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 기도는 어느 해 여름, 건널목에 서 있던 정집사의 차를 대형 트럭이 들이 받는 사고로부터 열매를 드러냈다. 트럭에 받힌 정집사의 차는 39m나 앞으로 튕겨져 나와 앞부분이 반이나 잘려 나갔지만 그는 2주 정도 치료의 경상만 입었다. 그리고 경찰서의 사건 조사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된 한 전도사의 믿음을 통해서 변화된 삶으로 전환을 하게 되었다는데…
“그 전도사님도 차사고 때문에 경찰서에 왔는데, 주일날 나와서 사고 처리를 하라는 경찰에게 자기는 주일학교 교사라 주일날에는 나올 수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러자 경찰이 대뜸 교회 다니는 것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면서 저에게 당연스레 주일날 다시 나오라고 하잖아요. 갑자기 열 받더라구요. 사실 차사고를 당하면서 주님의 살아계심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중인데 그렇게 말하니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교회에 가야 하니까 안 된다고 딱 잡아뗐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집사의 말을 듣는 경찰관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후 그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 탈바꿈했고 이것은 그의 17년 대우 자동차 생활 속에 많은 사연을 남기게 했다.
“성령 받고 믿음생활 제대로 해보려 하니깐, 제일 먼저 정규 MT가 걸리더군요. 전무이사님, 각 간부들까지 다 참석하는데, 어김없이 술자리가 열리거든요. 제가 대의원인데 술잔을 거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성경에 분명히 말씀이 있는데 어쩌겠습니까?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서 술은 절대 안 먹는다고 했지요. 그 때문에 눈총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요, 일단 찍히고 나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고 술을 안 주더군요.
사실 저는 가장 열악한 부서인 도장부(차 도색 작업)에 있다가 하나님 은혜로 대의원으로 선출되었고 그것도 간부들을 관리하며 일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중앙위원회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대우자동차 역대 대의원들 중에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들 하더군요. “
그늘 없는 빛이 있으랴. 이 외에도 그가 넘어야 할 암초들은 술에 뒤이어 줄줄이 대기해 있었다.
“자동차회사에서는 새 차가 출고 되면 고사를 지냅니다. 대의원은 당연히 참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상에게 어떻게 절을 합니까? 그래서 자리를 슬쩍 피합니다. 그러고 나면 하나님이 그 뒤를 책임지시죠.”
그 다음 사연을 말하려던 아내 김 집사가 당시 일이 생각 난 탓인지 잠시 숨을 고르다 말을 이었다.
“우리 집사님이 가장 힘들어했을 때가 몇 년 전 대우자동차 파업 사태 당시 삭발 문제로 갈등이 있었을 때였지요. 노동자를 대표하는 대의원들 전원이 삭발식을 갖는데 이이는 하나님께 충성하고 교회에서 할 직분이 있는데 삭발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서 대의원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았었지요.”
“제가 그랬죠. 삭발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 나는 하나님 일을 해야 하니깐 삭발도 못 하지만 나중을 생각 하면 내 방법이 더 옳다. 어느 것이 동료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죠. 결국 저를 따른 사람들은 파업 후에도 회사에 남을 수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다 해고 됐습니다.”
외롭지 않았을까? 말은 거침없지만 밀려 내려오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기란 참으로 고독한 작업이었을 텐데….
“일단 말씀에 비추어 봅니다. 제가 나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그러면 답은 명백하지요. 그러고 나면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거죠. 현실 속에서야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잠시입니다. 하늘에 쌓이는 상급을 생각 하면 능히 이길 수 있지요.”
그랬구나! 그가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는 비결의 핵심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인 권위를 두고, 그것에 따라 즉시 행동하는 삶! 이런 그가 간부들과 현장 직원들에게 각별한 신뢰와 인정을 받고 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IMF 때 남편이 동료 직원들이 잘리는 것을 보다가 사표를 제출했는데, 회사에서 편지를 세 장이나 써서 사표를 철회하라고 권면하기까지 했어요. 그런 것들을 볼 때 무척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
“제 자랑 같지만 사실 대의원으로 3회 연속 선출 된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지요. 그런데 이번 3번째 투표에서는 1명을 제외하고 99% 찬성으로 선출이 됐습니다. “
로비스트 재주가 있는 것일까? 이런 예사롭지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 내는 그의 능력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의 답이 기다려졌다.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제가 한 노력이라면… 동료나 후배들이 업무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업무는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하게 마무리를 해놓고 회사 문을 나서죠. 또 아무리 먼 곳이라도 애경사가 있으면 꼭 찾아갑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하나님의 눈길을 생각한다는 그. 그러기에 고은(18세), 은혜(16세), 지혜(13세) 세 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반듯하게 키어 냈고 교회 차량실에서도 실장의 직분을 유능하게 담당해내고 있나 보다. 사회 활동을 하는 믿음의 형제들에게 그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
“삶 속에서 예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에 어긋나지 않게 살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십니다. 무엇보다 행위로 믿음을 보여주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운동과 고된 승부는 시간이 지나면 차츰 지치게 된다. 어쩌다 과욕을 부리지만 남는 것은 후유증뿐이다. 하지만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삶에는 지침이 없다. 그 분의 창고에는 우리 삶을 승리로 이끌어 주는 생명의 에너지가 제한 없이 쌓여 있다. 단, 그것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부끄러운 그리스도인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기에 오직 말씀의 잣대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정영민 집사의 모습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만일 누군가 그의 삶을 기록한다면 그 마지막 장에 이렇게 써놓지 않을까?
“세상은 신령한 푯대를 향해 돌진하는 그의 질주를 결코 막지 못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50호> 기사입니다.